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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지 Sep 06. 2024

#003. 몸속에 자꾸 생기는 혹
(유방 석회)

89년생 신도시 전세로 사는 아지의 임신이야기

003. 몸속에 자꾸 생기는 혹(feat. 유방 석회화)


    몸 안에 혹이 자꾸 생긴다. 곧 40대가 되는 나이 탓 또는 유전의 영향 또는 내 생활습관 때문일 것이다. 현재 내가 인지하고 있는 혹의 위치는 5~6군데 정도 되는데 갑상선 교질성 낭종, 유방 물혹, 담낭 용종, 자궁 선근증과 근종이 그것이다. 폐결절은 CT검사에 한번 나오더니 다음에는 없어졌고, 목 뒤의 작은 피지낭종은 수술로 제거하였다. 몸속의 혹들은 없애지 못하고 크기와 개수만 추적관찰하고 있다.


제일 처음에 만난 혹은 23살 때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알게 된 난소 낭종-출혈로 인한-이다. 난소에 생긴 물혹이 커지다가 꼬여 터져서 구토와 함께 엄청난 복통을 야기했었다. 대학교 4학년이었고 여의도의 작은 프로덕션에서 첫 인턴 근무를 하던 중에 팀장님과 후배가 하얗게 질린 날 데리고 응급실로 호송해 주었다. 배탈이 심하게 난 줄만 알았는데 갑자기 산부인과 선생님이 등장하시더니 응급수술로 3박 4일을 입웠했던 것이 2012년도 겨울이었다. 난소 낭종 수술은 복강경으로 이루어졌고 잘 마무리되었지만 자궁에는 약 4cm가량의 혹이 생겨있음을 알게 되었다. 출산하지 않은 미혼에게 근종수술은 추천하지 않으셔서 지금까지도 초음파 정기검진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은 혹 여러 개도 다발성으로 생겨 있는 상태로 생리 때마다 자궁수축과 함께 지독한 통증을 야기한다. 자궁 혹의 원인은 무수히 많아 알 수가 없다고 하셨다. 여성호르몬의 문제가 생기면 갑상선+유방+담낭+자궁의 4개 세트로 물혹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나는 제대로 당첨이다. 첫 혹에 대한 기억은 불청객과 같았고 내 몸에 있어서는 안 될 불순물 같아 20대의 어린 마음에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20대에 자궁의 혹이 생겼다면 유방, 갑상선, 담낭의 혹은 30대에 알게 되었다. 이 혹들은 변화가 많거나 커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기거나 딱히 증상이 없으며 검진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방 물혹은 종합검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유방 검사는 엑스레이와 초음파로 나눠진다. 각각의 검사가 특정하는 병명이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 다 진행해 주는 것이 좋다. 여성들이라면 알 것이다. 유방 엑스레이의 무시무시한 고통을. 유방을 기계가 위아래로 힘껏 '짜부'(가장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다.) 시켜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데 그 압력으로 인한 통증이 어마 어마하다. 한국인 대부분이 나와 같은 치밀 유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기검진은 몇 년째 서울 문정동의 한 유외과로 다니고 있는데 이번 검진일도 아프기만 한 유방 엑스레이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병원에 들어섰다. 임신 전 나의 유방 검진이 큰 이상 없기를 예상하며 병원 탈의실에서 검진복으로 갈아입고 검진을 시작했다. 역시나 고통. 나도 힘들지만 검진해 주시는 간호사 선생님도 보통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얼한 아픔과 함께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엑스레이 검사가 끝났고 이어서 의사 선생님과 초음파를 시작했다.




정기검진 다니는 유방 전문 병원에서. 여 선생님이 유쾌하신데 큰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켜 주셨다.


약 20개월 만에 간 병원이었는데 아니 글쎄, 유방에 석회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정말로 작고 하얀 점이 떡하니 찍혀있다. 주변에 유방암을 겪은 지인도 떠오르고 항암, 전이, 시한부 등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석회는 몸 안의 칼슘이 뭉친 덩어리라고 한다. 석회가 미세하게 점처럼 흩뿌려져 보이거나 모양이 이상하면 악성을 의심해야 한다. 암세포가 석회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이렇게 위험하지 않은 양성 석회로 보이고 6mm 정도의 물혹 안에 생겨서 초음파를 통해 위치도 확정할 수 있었다. 노화 또는 원인 불명으로 많은 여성들이 생긴다고 하며 큰 문제는 아니어 보이지만 이번에 처음 석회가 생겼기 때문에 추적관찰 하자는 선생님의 소견과 함께 5개월 뒤 검진 예약을 하고 병원문을 나서게 되었다. 임신이나 모유수유에는 영향 주지 않지만 임신을 하게 되면 유선이 커져서 유방의 석회가 검진상으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내면의 건강염려증이 고개를 든다. 원래의 임신계획을 재검진 이후로 한 두 달 정도 늦춰야 할 듯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인생이니까 어쩔 수 없다. 마음이 싱숭생숭하지만 최대한 예방가능한 일은 예방하고 싶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 '큰 일은 아닐 거야!'


검진비용이 총 30만 원가량 나왔다. 거금이지만 통원 한도 20만 원까지 지급되는 실비 보험 대상이라 부담을 덜어 준다. 나는 보험 가입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조는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의료보험 공단, 보험사들이 적자날 수 있겠다고 말하곤 한다. 청구방법도 간단하다. 영수증과 서류들을 병원에서 받아 사진 찍어 삼*생명 보험앱으로 올리면 자동 접수처리된다. 예전에는 보험 접수 '아주머니'에게 팩스로 전하고 전화하며 번거로운 일이 많았는데 시대가 편리해졌음을 느낀다.


이렇게 보험 청구도 되는 증상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건강도 나쁜데 돈까지 없어 검사와 치료를 주저하면 얼마나 서럽겠는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현재는 실비보험, 암보험, 뇌심 중대재해 보험 설계를 들어놓았다. 미리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면 괜찮겠지. 같은 상황도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몸 안의 혹을 불순물이 아닌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프기만 했던 유방 엑스레이도 이렇게 미리 증상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산부인과에서도 자궁 근종은 착상에 방해되는 위치는 아니라고 하셨고, 약한 다낭성이 있지만 배란도 잘 되고는 있는 상태라고 임신에 큰 문제없다고 하였다. 담낭 용종도 3mm 정도에서 더 이상 자라진 않아(1cm가 넘어가면 예방목적으로 담낭제거수술-쓸개 없는 사람-을 고려한다.) 다행이고 갑상선 낭종도 점처럼 작아서 신경 쓸 크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 내 혹들아, 이왕 생겼으니 더 이상 악화되진 말고 평화롭게 지내보자.


자기 전 유튜브로 유방암 환자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나를 대입해 보았다. '죽음'은 두렵다. 게다가 조만 혼자 두고 떠난다면 너무나 슬플 것 같다. 혹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소화불량, 족저근막염에 각종 염증 수치, 콜레스테롤 이상 수치등으로 몸의 노화를 확실히 느낀다. 나름 이전보다 먹는 것도 신경 쓰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검진할 때마다 결과가 매번 안 좋아 속상하다. 또래를 보면 남들은 아직 수치가 괜찮다는데 왜 나만 허약한 건지 억울한 감정도 든다. 그러나 암환자처럼 정말 아픈 이들을 보면 현재 나의 신체에 감사하게 된다.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건강할 때 2세를 남겨야겠다는 종족번식의 욕구가 한편에서 꿈틀 한다. 


암 관련해서는 주기적인 검진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영상이 많았다. 유전자 복제 중 변이가 축적되어 암세포가 된다. 우리의 몸은 매일 생기는 돌연변이 세포를 면역체계로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좋지 않은 유전을 탓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혹이 잘 생기는 몸인 걸 알았으니 생활습관에 좀 더 신경 쓰는 수밖에 없다. 물을 많이 마시고 야행성으로 새벽에 자는 수면습관을 점차 고쳐봐야겠다. 다음 주부터 한 달간 쉬고 있던 PT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나와 잘 맞아서 난생처음 시작한 헬스를 1년째 유지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유산소 놓지 말고 근력 증가를 위한 웨이트도 꾸준히 하기. 탄수화물은 줄이고 식이섬유와 단백질은 늘리기. 알코올의존증 급인 음주 횟수도 조정하고(혼술을 좋아한다.) 커피는 한 번씩 디카페인으로 바꿔 마시기. 스트레칭과 혈액순환 셀프 마사지 해주기. 무엇보다 긍정적인 생각하기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유행하는 887ml 스탠리 텀블러. 이렇게 담아 마시면 하루 섭취 용량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습관은 모두가 알지만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작은 행동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좋은 습관이 된다. 그러나 관리도 관리이지만 기본적으로 타고난 유전자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자기 객관화를 해 보았을 때 이미 내가 받은 신체적 유전자가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지능이나 기능조작의 유전자는 괜찮다.) 2세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과연 나만 그럴까. 나보다는 남편 조의 유전자가 훨씬 건강하기 때문에 미래의 아이가 아빠를 닮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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