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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Nov 23. 2020

[#502의 라디오브런치] - 잘하고 싶은 것 세 가지

- 옴니버스 소설 -

안녕하세요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입니다.

가을을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짬도 없이 겨울이 들이대네요.

요 몇 년 사이 가을 옷은 입어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여름 다음에 기(?)냥 겨울이라서.

그래도 오늘은 가을을 느껴볼까~ 싶어서 공원에 나갔어요.

도시락 준비했죠. 소풍이니까.

김밥에 유부초밥에 치킨에 맥주까지 전~부 마트에서 사서 (히힛) 공원에 돗자리 깔았어요.

좋던데요, 가을 하늘?

파란 하늘 아래 노란 잎, 빨간 잎, 주황 잎, 간간히 아직도 초록 잎. 무황사 공기까지.

완벽했습니다.

해가 저물락 말락 하여 귀가하려고 주차장에 있는데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습니다.


"excuse me"


'쒯!'


외국인 두 명이 저희에게 다가왔어요.


"ajdjfa;oei mksdkfjaioej;kfgjakrjg;ao9diauigjpuaw3ojg;?"


'오 마이 가쉬!"


"adfajdjkglaljkeh;gkjdf;akngnkad;kj3a;dkljg;kjg;akdjg?"


제가 이렇게 영어를 못했나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검은 실루엣을 느꼈을 때부터 긴장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스로우리, 스로우리. 아임쏘리 아이캔낫스피크 잉글리시. 그러니까 스로우리 컴다운. 원 모어 플리즈."


휴대폰 어플로 겨우 알게 된 건 '인사동 가고 싶은데 지하철 어디서 타나요, 지하철 타는 곳 어디예요' 뭐 이런 거였어요.

어휴~ 그때부터 말도 마세요, 바디랭귀지~가 그냥 바디저림마냥~ 교차로 수신호 하시는 분처럼 팔을 휙휙휙!


사실 그분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불어권 외국인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제2 외국어가 불어라는...)

참, 답답했어요. 제가 서울 지리 빠삭한지라 지하철 타고 어디서 내리고 어떻게 걸어가는 지름길도 알려줄 수 있는데, 말이 되지 않아서 겨우 전철역 위치만 알려줄 수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남편이 전철역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저기가 전철역이야'하는 모양으로요. 참고로 제 남편은 한국말을 잘 못해요, 한국사람인데. 물론 영어나 다른 외국어도 못하죠. 바디랭귀지 잘하는 '자기어'하는 사람이에요. 끌끌끌.


 자, 지금까지는 이제부터 시작될 오늘의 이야기의 오프닝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 본격적으로 시작할게요.

비단 오늘 일로 인해 든 생각은 아니고요 늘 생각해 왔던 거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라던가 미술, 음악, 체육 등 어떤 면에서든 똑 부러지게 잘한다고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 뭔가 배우러 다녔던 학원은 피아노 학원이 유일했죠. 7년을 손가락뼈 빠지게 배웠는데 그마저도 썩 잘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그냥 악보 보고 건반만 두드릴 줄 아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치는 사람이 신기했어요. 악보 없이 척척 연주해 내는 것이 존경스러웠죠. 피아노뿐이 아니죠. 암산, 암기, 노래, 춤, 악기.. 등 무엇이든지 그 어떤 것을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이 저는 참 부러웠어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요, 정말 세 가지는 잘하고 싶었고 지금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에요. 물론 10가지 이상을 꽤 잘하는 능력자들도 있긴 있더라고요.


잘하고 싶은 것 중에 가장 첫 번째가 외국어예요.

어디를 나가도 누구를 만나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외국을 나갈 때 공항이나, 외국에서 혼자 돌아다닐 때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모든 언어를 원어민 정도로 잘하는 실력자였으면 좋겠어요. 조금 양보해서 12개 국 언어 정도는 아니라도 영어, 중국어, 불어, 일본어 정도는 원어민만큼 잘하고 싶어요.

 외국어, 지금부터 하면 되지 않냐고요? 시도는 해봤죠. 근데 잘 안 돼요. 늘지를 않아요. 머리도 녹이 슬었지만 외국인을 만날 일이 없으니 토킹을 할 기회도 없고, 실수할까 봐 겁나고 그래요.

그래서 10년 전쯤 외국인 여행자에게 방하나 내주고 가이드까지도 해주는 도시민박을 하려고 했었는데 잘 안 됐어요.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암튼 엄청 잘하고 싶어요, 외국어.


그다음은 수영입니다.

 수영을 참 잘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구할 정도의 실력이면 좋겠어요. 혼자서 한강을 건널 정도면 좋겠어요. 물속에서 5분 이상을 잠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11미터 높이에서 다이빙을 해도 여유롭게 헤엄쳐 올라올 수 있는 실력이면 정말 좋겠어요. 스쿠버에도 능해서 산소통 메고는 심해도 갈 수 있고 8시간도 있을 수 있는 그런 실력자였으면 좋겠어요.

 말도 안 되는 비유지만, 세월호 때 그 상황 보면서 내가 아쿠아맨처럼 수영을 잘해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요. 사고당하신 분들도 안타깝고 특히 잠수사분들 생각하면..... 전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람을 구할 정도의 수영실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호수나 강을 지나다가 더우면 풍덩~하고 뛰어들어 인어처럼 수영하는 게 굉장히 부러워요.

외국어보다는 수영 배우는 게 쉽지 않겠냐고요?..... 안 돼요..... 자꾸 가라앉아요.... 숨이... 차요...

그리고 물속이 조금 겁나요. 어두운 바닷속이 겁나요. 잘 모르는 곳이잖아요. 뭐가 갑자기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수영만 잘하면 휙 도망칠 수 있지만 발이 닿지 않으면 겁나요. 수영장 물속은 또 그 나름대로 겁나요. 더러워서 겁나요. 보고 싶지 않은 부유물을 보게 될까 봐 겁나요.

거기에 더해서 이젠 수영복 입고 맨살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래도 해녀체험은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싸움입니다.

엉뚱하죠? 하지만 요즘 가장 필요한 능력인 것 같아요. 아주 그냥, 싸움의 찐 고수였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깡패나 나쁜 놈을 만나도 도망치지 않고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구해낼 수 있는 실력이면 좋겠어요. 모든 무술을 할 줄 알고 정통 싸움도 잘하고, 말싸움도 절대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논리 정연하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이면 좋겠어요. 눈빛만으로 상대방이 뒷걸음치게 만들고 싶어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청소년을 모른 척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어른에게도 따끔한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는 싸움의 고수였으면 좋겠습니다. 캡틴 마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랙위도우 정도면 좋겠습니다.





 그렇죠. 사실 이 세 가지는 배우고 익혀 기술을 연마하고 연습하고 실전에서 경험을 쌓으면 고수가 될 수 있는 능력이죠. 투명인간이 되거나 하늘을 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니까. 이 세 가지 모두, 쉽게 잘하시는 분들 매우 많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저로써는 연마하여 고수가 되기는 불가능해요. 그냥 살짝 매우 간절한 바람일 뿐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아는 것이 힘이다'로 살지 '모르는 게 약이다'로 살지는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에 달린 것 같아요. 부지런히 배운 것과 익힌 것이 많은 사람은 아는 것이 힘이 될 것이고, 나약하고 겁 많고 배우기에 게으른 사람은 모르고 사는 것이 약이 되겠죠. 저는 50년 동안 후자의 삶을 살았네요. '모르는 것'이라는 약을 먹어가면서요.

아! 불현듯 떠올랐는데 저도 잘하는 게 있는 것 같슴돠! 그 능력은 꽤 빠르기도 하고 깔끔하기도 한 편이에요. 그게 뭐냐면요~~~ 바로,

  "포기"

입니다. 네. 참 잘합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해집니다. 있었네요. 잘하는 거 한 가지는.


어느 날, 소원을 들어주는 신령이나 램프의 지니를 만나게 되어 소원을 말하라고 할 때를 대비해서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너의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노라~ 말해보거라~"

"제 소원은요~ 제 소원은,

매일 한 가지씩,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생뚱! 느닷! 앞에 말한 세 가지는 뭐냐! 아우성!!)


마스크 쓰고 손 씻고 거리두면서 매일 소원 빌자고요~


지금까지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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