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어플로 겨우 알게 된 건 '인사동 가고 싶은데 지하철 어디서 타나요, 지하철 타는 곳 어디예요' 뭐 이런 거였어요.
어휴~ 그때부터 말도 마세요, 바디랭귀지~가 그냥 바디저림마냥~ 교차로 수신호 하시는 분처럼 팔을 휙휙휙!
사실 그분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불어권 외국인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제2 외국어가 불어라는...)
참, 답답했어요. 제가 서울 지리는 빠삭한지라 지하철 타고 어디서 내리고 어떻게 걸어가는 지름길도 알려줄 수 있는데, 말이 되지 않아서 겨우 전철역 위치만 알려줄 수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남편이 전철역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저기가 전철역이야'하는 모양으로요. 참고로 제 남편은 한국말을 잘 못해요, 한국사람인데. 물론 영어나 다른 외국어도 못하죠. 바디랭귀지 잘하는 '자기어'하는 사람이에요. 끌끌끌.
자, 지금까지는 이제부터 시작될 오늘의 이야기의 오프닝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 본격적으로 시작할게요.
비단 오늘 일로 인해 든 생각은 아니고요 늘 생각해 왔던 거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라던가 미술, 음악, 체육 등 어떤 면에서든 똑 부러지게 잘한다며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 뭔가 배우러 다녔던 학원은 피아노 학원이 유일했죠. 7년을 손가락뼈 빠지게 배웠는데 그마저도 썩 잘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그냥 악보 보고 건반만 두드릴 줄 아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치는 사람이 신기합니다. 악보 없이 척척 연주해 내는 것이 존경스럽죠. 피아노만이 아닙니다. 암산, 암기, 노래, 춤, 악기.. 등 무엇이든지 그 어떤 것을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이 저는 참 부러웠어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요, 정말 세 가지는 잘하고 싶었고 지금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에요. 물론 10가지 이상을 꽤 잘하는 능력자들도 있긴 있더라고요.
잘하고 싶은 것 중에 가장 첫 번째가 외국어예요.
어디를 나가도 누구를 만나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외국을 나갈 때 공항이나, 외국에서 혼자 돌아다닐 때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모든 언어를 원어민 정도로 잘하는 실력자였으면 좋겠어요. 조금 양보해서 12개 국 언어 정도는 아니라도 영어, 중국어, 불어, 일본어 정도는 원어민만큼 잘하고 싶어요.
외국어, 지금부터 하면 되지 않냐고요? 시도는 해봤죠. 근데 잘 안 돼요. 늘지를 않아요. 머리도 녹이 슬었지만 외국인을 만날 일이 없으니 토킹을 할 기회도 없고, 실수할까 봐 겁나고 그래요.
그래서 10년 전쯤 외국인 여행자에게 방하나 내주고 가이드까지도 해주는 도시민박을 하려고 했었는데 잘 안 됐어요.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암튼 엄청 잘하고 싶어요, 외국어.
그다음은 수영입니다.
수영을 참 잘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구할 정도의 실력이면 좋겠어요. 혼자서 한강을 건널 정도면 좋겠어요. 물속에서 5분 이상을 잠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11미터 높이에서 다이빙을 해도 여유롭게 헤엄쳐 올라올 수 있는 실력이면 정말 좋겠어요. 스쿠버에도 능해서 심해도 갈 수 있고 8시간도 있을 수 있는 그런 실력자였으면 좋겠어요.
말도 안 되는 비유지만, 세월호 때 그 상황 보면서 내가 아쿠아맨처럼 수영을 잘해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요. 사고당하신 분들도 안타깝고 특히 잠수사분들 생각하면..... 전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람을 구할 정도의 수영실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호수나 강을 지나다가 더우면 풍덩~하고 뛰어들어 인어처럼 수영하는 게 굉장히 부러워요.
외국어보다는 수영 배우는 게 쉽지 않겠냐고요?..... 안 돼요..... 자꾸 가라앉아요.... 숨이... 차요...
그리고 물속이 조금 겁나요. 어두운 바닷속이 겁나요. 잘 모르는 곳이잖아요. 뭐가 갑자기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수영만 잘하면 휙 도망칠 수 있지만 발이 닿지 않으면 겁나요. 수영장 물속은 또 그 나름대로 겁나요. 더러워서 겁나요. 보고 싶지 않은 부유물을 보게 될까 봐 겁나요.
거기에 더해서 이젠 수영복 입고 맨살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래도 해녀체험은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싸움입니다.
엉뚱하죠? 하지만 요즘 가장 필요한 능력인 것 같아요.
아주 그냥, 싸움의 찐 고수였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깡패나 나쁜 놈을 만나도 도망치지 않고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구해낼 수 있는 실력이면 좋겠어요. 모든 무술을 할 줄 알고 정통 싸움도 잘하고, 말싸움도 절대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논리 정연하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이면 좋겠어요. 눈빛만으로 상대방이 뒷걸음치게 만들고 싶어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청소년을 모른 척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어른에게도 따끔한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싸움의 고수였으면 좋겠습니다. 캡틴 마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랙위도우 정도면 좋겠습니다.
그렇죠. 사실 이 세 가지는 배우고 익혀 기술을 연마하고 연습하고 실전에서 경험을 쌓으면 고수가 될 수 있는 능력이죠. 투명인간이 되거나 하늘을 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니까. 이 세 가지 모두, 쉽게 잘하시는 분들 매우 많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저로써는 연마하여 고수가 되기는 불가능해요. 그냥 살짝 매우 되고 싶은 꿈같은 바람일 뿐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아는 것이 힘이다'로 살지 '모르는 게 약이다'로 살지는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에 달린 것 같아요. 부지런히 배운 것과 익힌 것이 많은 사람은 아는 것이 힘이 될 것이고, 나약하고 겁 많고 배우기에 게으른 사람은 모르고 사는 것이 약이 되겠죠. 저는 50년 동안 후자의 삶을 살았네요. '모르는 것'이라는 약을 먹어가면서요.
아! 불현듯 떠올랐는데 저도 잘하는 게 있는 것 같슴돠! 그 능력은 꽤 빠르기도 하고 깔끔하기도 한 편이에요.
그게 뭐냐면요~~~ 바로,
"포기"
입니다. 네. 참 잘합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해집니다. 있었네요. 잘하는 거 한 가지는.
어느 날, 소원을 들어주는 신령이나 램프의 지니를 만나게 되어 소원을 말하라고 할 때를 대비해서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