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 직장 디즈니
첫 방송 직장 월트 디즈니
수년간 기도했고 매일매일 간절했던 방송국의 꿈은 세계적인 회사인 월트 디즈니였고 나는 3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첫날은 긴장 반 설렘반으로 맞이했다. 수년간 원했던 직장이라서 그런지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했고 정말 열심히 배우고 일했다. 그런 가능성을 봤는지 일주일이 안돼서 계약기간을 6개월로 연장해주었다. 회사를 가는 것이 너무 좋았고 거의 매일을 늦게 퇴근했다. 호주 회사는 보통 업무시간이 철저하기 때문에 아침 9시 출근을 하면 5시에 혹은 전에 퇴근을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고 7-8시쯤 퇴근을 했는데 나중에 매니저가 날 따로 불러서 집에 제시간에 맞춰서 가라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을 몰랐고 일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매니저한테 나를 왜 뽑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는데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이력서를 보니 프로페셔널 이력은 별로 없는데 대학 졸업 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는 것을 보았고 포트폴리오도 보니 비록 대부분 교회 영상이지만 이력서에 나온 것과 대부분 매치가 잘되고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고 말해주었다 “ 지금까지 인터뷰를 볼 때마다 경력이 부족하다 혹은 포트폴리오도 교회 영상뿐이라 곤란하다 라는 말을 들어온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디즈니는 회사 특유의 분위기와 존재감 때문인지 대부분의 동료들이 재미있었고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이 보였다. 미팅을 할 때도 말단직원인 나의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느껴졌고 막히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싱가포르 지사와 미국 본사의 도움도 얻을 수 있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당시 회사의 모든 자료를 DVD와 아카이브 테이프에 보관하는 업무를 주로 했고 일이 익숙해지면서 후반 작업 편집 보조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대부분 어린아이들이 시청하는 만화여서 가끔 보다 보면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미국 월트 디즈니 CEO가 한번 우리 호주지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는데 그가 전 직원을 모아놓고 했던 말 중에 하나가 앞으로 대부분의 영상을 웹, 인터넷으로 시청하게 될 것이니 디즈니도 여기에 이전부터 대비하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TV가 없어질 거라는 내용이었다. 이때가 2010년이었는데 디즈니는 수년 전부터 이런 세상에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스트리밍을 사용하는 방송 플랫폼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말이긴 했다.
얼마 후에 나를 뽑아준 매니저가 회사를 떠났다. 수술로 인한 몸이 아픈 것도 있었고 디즈니에서 전 직원 협상이 잘 안 이루어진 것이 기분을 상하게 한 거 같다. 매니저가 떠나고 자연스럽게 매니저의 모든 업무와 책임들이 나에게로 왔다. 난 다른 사람을 채용할 줄 알았는데 당분간 그런 계획이 없다는 회사 측의 말을 듣고 살짝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원래 업무가 바빴지만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영어로 다른 지사 혹은 본사와 전화나 콘퍼런스 미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 입사한 지 6개월여 만에 일어난 일이고 호주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미팅을 진행할 때마다 곤욕이긴 했지만 주위의 동료들의 도움과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 위기의 순간들을 모면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