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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권력,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by 박기종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엇을 볼 것인지 선택하는 행위다. 우리가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그리고 선택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모두 사진의 권력과 연결된다. 보도사진에서 뉴스 가치가 있는 것만 선택되는 것처럼, 개인적인 사진에서도 우리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시선을 취한다.

그렇다면 사진가는 누구의 시선을 대변하는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이나 인물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선과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어떤 장면을 선택하고 어떤 요소를 배제할 것인지는 사진가의 주관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곧 사진이 만들어내는 시선의 권력과 맞닿아 있다.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 특정한 관점을 강요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사회적 문제를 조명하는 힘을 가지는 것도, 패션 사진이 특정한 미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결국 시선의 권력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때로 사진을 통해 익숙한 현실을 다르게 보거나, 보이지 않던 것들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진가는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해석자이자 창작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라,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서사이며, 그 속에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의미가 스며들어 있다.

사진의 시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누군가의 시선을 대신해서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고, 기존의 시선을 전복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혹은 볼 때, ‘이 시선은 누구의 것인가?’, ‘무엇이 강조되고 무엇이 배제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결국 사진의 권력이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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