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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억 –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by 박기종

기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장면을 보고, 소리를 듣고, 감정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순간은 너무 쉽게 잊혀진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며,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변형된다.

그러나 사진은 다르다.
사진은 우리가 놓쳐버린 순간을 붙잡고, 잊히지 않도록 만든다. 그것은 기억의 연장이며, 때로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감정을 새롭게 불러일으킨다.

기억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사진은 공유될 수 있다.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과거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만을 기억하지만,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이 기억을 보존하는 도구라면, 그 안에는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사진이 기록한 기억은 과연 진짜인가?"

우리는 사진 속 장면을 보며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그 감정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순간을 정지시키지만, 기억은 흐른다. 우리가 사진을 볼 때 떠올리는 감정은, 사진이 찍힌 당시의 감정과 다를 수도 있다. 결국, 사진은 기억을 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억을 만든다.

사진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잊고 살았을까?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사진은 다시 열어보지 않는다. 수천 장의 디지털 사진 속에서, 진짜 기억하고 싶은 것은 몇 장이나 될까?

나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가끔은 오래된 사진을 다시 꺼내 본다. 그 사진 속에는 지나간 시간과 변화한 공간이 담겨 있다. 사진이 기억을 남긴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사진을 통해 나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이 기억을 붙잡는 것일까, 아니면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사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시간 속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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