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에 맞춰 컴퓨터도 껐고, 회사 문도 나섰다. 늦은 저녁을 먹고, 몸은 집에 와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었다. 그가 했던 말, 내가 놓친 대답, 애매했던 표정 하나가 자꾸 떠올랐다.
일은 끝났는데 감정은 정리를 못 했다. 침대에 누워도 마음은 계속 일을 이어가는 것 같았다.
업무는 저장하고 종료할 수 있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다.
에러가 난 듯, 닫히지 않은 창처럼 흘려보내도 될 것 같은 상황도, 머릿속에 남아 계속 켜져 있었다.
그래서 하루가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았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퇴근을 못 하고 있었다.
마냥 쉬고 싶고, 그냥 놀고 싶은데 내 여유시간을 사무실에 두고 온 듯하다.
더 이상 시작할 일도 없지만, 끝낼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냥 멍하니 숨만 쉬는 게 전부였다.
쉬다 보면 나아질까, 전보다는 괜찮을까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숨만 쉰다.
*노래: 숨만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