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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원해서’ 움직일 때 100%로 작동한다.

동기란 무엇인가: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의 에너지

by 있잖아

1) 행동의 시작점은 언제나 마음의 움직임이다


사람이 왜 움직이는 가를 이해하는 일은 조직과 개인을 모두 변화시키는 핵심이다. 어떤 사람은 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조금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같은 팀, 같은 업무, 같은 조건인데도 반응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결국 동기 때문이다. 동기는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을 이끄는 근본적 에너지이며, 인간이 어떤 행동을 시작하고 유지하고 멈추는 과정을 설명하는 심리적 기제다.


많은 사람은 동기를 ‘의지의 세기’로 오해한다. 하지만 실제 동기는 의지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비롯된다. 한 사람이 무엇을 중시하며, 어떤 경험을 해왔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동기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진다. 즉, 사람은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 있을 때 움직이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이 있을 때 지속하며,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행동을 멈춘다. 동기란 단순한 기분이나 좋은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내적 구조의 반영이다.



2) 사람을 움직이는 두 가지 힘: 행동이 즐거운가, 결과가 보상되는가


동기의 구조는 크게 내재적 동기외재적 동기로 나뉜다. 내재적 동기는 활동 그 자체가 주는 기쁨에서 생긴다. 배우고, 해결하고, 더 나아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동기는 지속력이 강해서 외부 보상이 없어도 꾸준히 행동을 유지하게 만든다. 반면 외재적 동기는 보상, 칭찬, 인정처럼 외부에서 제공되는 자극에서 비롯된다. 성과급, 승진, 포상 등은 분명 강력한 동기를 만들지만, 유지하려면 꾸준한 보상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


직장에서는 누구나 두 동기가 함께 작동한다. 업무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내재적 동기의 힘이 크고, 성과급이나 인정에 민감한 사람은 외재적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방식이 더 ‘좋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동기의 구성과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방식에 반응하는 사람인지 알면 일의 속도와 품질이 달라지고, 동일한 업무라도 지치는 시점이 훨씬 늦어진다.



3) 동기는 욕구와 경험이 결합된 심리적 설계도다


사람마다 동기 패턴이 다른 이유는 욕구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정받는 순간 움직임이 커지고, 누군가는 회사의 변화가 빨라질 때 에너지가 살아난다. 또 누군가는 안정적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누군가는 도전의 강도가 높을수록 몰입이 깊어진다.

이러한 차이는 우연이 아니라, 개인의 과거 경험·가치관·성격이 만들어낸 욕구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성장 과정에서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사람은 ‘성취 욕구’가 강해지고, 관계 속 안정감을 중요하게 경험한 사람은 ‘친화 욕구’에 더 크게 반응한다. 다른 사람을 이끌어본 경험이 많다면 ‘권력 욕구’가, 선택권을 스스로 가져본 경험이 많다면 ‘자율 욕구’가 강해진다.

결국 동기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움직일까?’라는 질문의 답이 아니라, ‘저 사람은 어떤 욕구가 충족될 때 움직일까?’라는 질문에서 해석해야 한다. 이 관점을 가지면 조직 내 오해의 절반은 사라지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식이 훨씬 더 정교해진다.



4) 동기는 감정, 상황, 기대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아무리 내재적 동기가 강한 사람이라도 감정이 소진되면 움직이지 못한다. 아무리 외재적 동기가 강한 사람이라도 불공정성을 느끼면 행동이 멈춘다. 동기는 결심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감정 에너지와 상황적 조건에 따라 ‘흐름’이 만들어진다.

감정이 안정되면 몰입이 가능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외재적 보상에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또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동기가 살아나지만, 노력과 보상이 어긋나는 순간 동기는 급속도로 떨어진다. 동기는 ‘얼마나 좋아하는가’보다 ‘얼마나 의미 있다고 느끼는가’, ‘얼마나 공정하다고 느끼는가’, ‘얼마나 선택권이 있다고 느끼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기대는 동기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누군가에게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들으면, 그 기대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피그말리온 효과다. 사람은 자신에게 향한 기대의 수준을 스스로 행동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있고, 조직에서 리더가 보내는 기대는 구성원의 실행력을 뒤에서 밀어주는 강력한 힘이 된다.



5) 동기는 작게 조정하고 꾸준히 다듬을 때 유지된다


많은 사람은 동기가 사라지면 큰 변화나 강한 자극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기는 작은 선택의 회복에서 다시 살아난다. 오늘 할 일의 순서를 스스로 정하는 것,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것, 불편했던 인간관계에서 한 문장만 먼저 정리하고 시작하는 것 같은 작은 선택이 동기의 밑바닥을 다시 채운다.

명확한 피드백 또한 동기 유지에 필수적이다. 무엇을 잘했는지, 어떤 점을 더 보완하면 되는지 명확히 알 때 사람은 움직일 방향을 찾는다. 동기는 감정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방향이 보이면 에너지가 생기고, 방향이 흐려지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힘을 잃는다.

결국 동기는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나는 어떤 자극에서 움직이고, 어떤 순간에 지치며, 어떤 환경에서 내 능력이 잘 나오는지 아는 사람일수록 일에서 오래 버티고 성장한다. 동기는 마음속에서 저절로 솟는 기분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은 어떤 직무에서든 지속적 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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