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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기력한 모습일 때, 살펴볼 것.

매슬로의 욕구 5단계: 결핍이 채워져야 성장이 시작된다

by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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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은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람을 이해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이론이 있다. 바로 매슬로의 욕구 5단계다. 인간은 생리적 욕구부터 안전, 소속감, 존중, 자아실현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욕구를 충족하려 하고, 아래 단계가 채워져야 위 단계가 작동한다는 구조다. 이 이론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한 설명력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을 주기 때문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하나다. 사람은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향해 반응한다. 욕구가 채워져야 집중이 가능하고, 안전해야 도전할 수 있다. 인정받아야 성장하고, 소속감을 느껴야 책임을 진다. 사람을 바꾸고 싶다면, 그 사람의 결핍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2) 기본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


생리적 욕구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충분한 휴식, 건강, 안정적인 생활 조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데 원인을 찾기 어려울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잠이 부족하거나 건강이 나빠진 순간, 사람은 의지와 상관없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안전 욕구는 물리적 안정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까지 포함한다. 직장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형태는 ‘심리적 안전감’이다. 사소한 실수도 크게 비난받는 환경, 의견을 냈다가 불이익을 경험했던 적이 있는 조직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사람은 조심스러워진다. 위 단계 욕구인 몰입·창의성·도전은 안전이 무너지면 바로 작동을 멈춘다. 누군가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돌아올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성장은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사라진다.



3) 관계가 사람을 움직인다: 소속감 욕구와 인정 욕구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매슬로는 생리·안전 욕구 다음 단계에 소속감 욕구를 놓았다. 팀에서 내가 환영받는 존재인지,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는지, 내가 이 집단에 속해 있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행동의 질과 회복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

직장에서 유능한 사람이 일을 포기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기술 때문이 아니라 관계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필요 없는 사람 같다’, ‘누구도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감정은 동기를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소속감을 회복한 순간 행동이 살아나는 이유가 바로 이 구조 때문이다.


그다음 단계는 인정 욕구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칭찬, 격려,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 역할 가시화 같은 요소들이 인정 욕구를 자극한다. 중요한 것은 인정 욕구는 단순히 칭찬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라, 자신이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존재인지 확인하려는 마음이라는 점이다. 이 욕구가 충족되면 사람은 책임을 떠안고 스스로 기준을 높인다.



4) 최고의 성과는 성장 욕구가 충족될 때 나온다: 자아실현 욕구


매슬로의 최고 단계는 자아실현 욕구다.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이다. 이 단계에서는 일 자체가 즐거움이 되고, 도전이 일상의 일부가 된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영역을 배우면서 자아실현을 경험하고,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자기 능력을 확장한다.

회사의 성과가 가장 크게 뛰는 순간도 바로 이 단계다. 구성원이 스스로 발전하고 싶어 할 때,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자신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사람을 억지로 움직이게 만드는 외적 자극보다, 스스로 원하는 마음에서 움직이는 내적 동기가 훨씬 강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5) 욕구는 계단이 아니라 순환하는 흐름이다


많은 사람이 매슬로의 이론을 ‘단계별로 올라가는 사다리’로 오해한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욕구는 계단이 아니라 파도처럼 오르내린다. 안정적인 회사에서도 관계가 흔들리면 소속감 욕구가 다시 필요해지고, 아무리 인정받아도 잠을 못 자면 생리적 욕구가 전부를 삼킨다.

현실에서는 욕구가 동시에 작동하고, 우선순위가 계속 바뀐다. 그리고 사람은 특정 욕구가 충족되는 순간 다른 욕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업무를 맡아 인정욕구가 충족되면, 갑자기 더 높은 수준의 성장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 누군가의 행동을 이해할 때 ‘지금 이 사람이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가?’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6) 사람을 이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욕구를 읽는 일이다


욕구를 이해하면, 사람은 더 이상 ‘가르쳐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돕고 맞춰야 하는 존재’가 된다. 동료가 무기력하다면 칭찬이 아니라 안전이 무너진 것인지 살펴야 하고, 팀원이 말을 아낀다면 의지가 아니라 소속감 부족인지 생각해야 한다. 구성원이 도전하지 않는다면 경험 부족이 아니라 실패의 충격이 클 것이라 여기는 마음일 수도 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은 욕구를 채워주는 일이다. 욕구를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발견하고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 관점을 가진 리더는 사람을 ‘관리’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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