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의 많은 직장인은 AI를 쓰고도 여전히 바쁘다. 어떤 사람은 오히려 더 바빠지기까지 한다.
자동화가 늘어났는데 왜 여전히 시간이 없을까? 이 질문의 답은 '자동화의 역설'에 있다.
AI는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이 흘러가는 방식을 바꾼다. 이 변화는 종종 더 많은 선택, 더 많은 검증, 더 많은 관리 작업을 만든다.
자동화는 반복 노동을 없애주지만 그만큼 새로운 형태의 일이 생긴다. 사라진 일보다 새로 생긴 일이 더 커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 AI가 만든 결과물은 사람이 다시 검증해야 한다
- 산출이 빨라지면 요구 수준도 함께 높아진다
- 자동화는 예외 상황을 틈틈이 발생시킨다
- 문서 생성 속도가 늘수록 읽고 판단하는 부담도 커진다
AI는 일을 없애지 않는다. 일을 분해하고 다른 형태로 재배치할 뿐이다.
집에 청소 로봇을 들여놓으면 청소는 쉬워지지만, 거기에 따른 새로운 작업이 따라온다.
- 바닥을 치워야 로봇이 움직인다
- 먼지통을 비우고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 장애물이 생기면 경로를 수정해야 한다
AI도 같다. '없어진 일' 뒤에는 '관리할 일'이 생긴다. 자동화가 많아질수록 관리·조정·품질 확인 같은 일이 사람에게 남는다.
(1) 보고서는 빨라지지만 요구 수준은 높아진다
AI가 빠르게 초안을 만들어주면 상사는 더 많은 버전, 더 높은 완성도를 기대한다.
- '그래프도 추가해 줘'
- '경쟁사 비교도 포함해 줘'
결국 사람이 검토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2) 찾기 노동은 줄고 검증 노동은 늘어난다
RAG가 자료를 찾아오지만 그 자료가 맞는지 최종 검증은 사람이 해야 한다.
출처가 정확한가 혹은 맥락이 맞는가. 찾기 → 검증으로 노동의 종류가 바뀌었을 뿐이다.
(3) 자동화는 예외 상황을 많이 만든다
n8n, Zapier 같은 자동화는 형식 하나만 달라도 멈춘다.
칼럼명 변경, 파일명 깨짐 등의 예외 처리는 전부 사람이 처리한다.
(4) 문서는 쉽게 만들어지지만 읽는 부담은 더 커진다
AI는 글을 쉽게 만든다. 그 결과 팀은 더 많은 문서를 생산하고, 사람은 더 많은 문서를 읽어야 한다.
(1) 하지 않을 일을 먼저 줄이기
AI를 붙이기 전에 먼저 일을 덜어내야 한다. 보고서 개수 자체를 줄이기, 회의 목적 재정의 등 AI는 일의 양을 늘릴 수도 있다.
(2) 검증이 중요한 업무는 AI에 전부 위임하지 않기
정확도와 규정이 중요한 작업은 AI가 보조만 해야 한다. 계약 내용, 정책 문구 등 검증 노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3) 작은 병목부터 자동화하기
대규모 자동화보다 작은 병목 제거가 효과적이다. 흔히 귀찮아 할 수도 있는 파일 정리, 요약, 일정 취합 등 작은 변화가 가장 큰 시간을 절약한다.
(4) 자동화 이전에 폴더·파일 체계 정리하기
자동화의 80%는 준비 작업이다. 파일명 통일, 폴더 구조 정리 등 정리가 되어 있으면 자동화 성공률이 높다.
- 자동화는 일을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 새롭게 생기는 관리·검증 노동이 더 클 수 있다
- 업무 설계가 잘못되면 AI 때문에 더 바빠질 수 있다
- 자동화는 기술이 아니라 '일을 줄이는 선택'이 먼저다
AI가 있다고 해서 시간이 생기지는 않는다. AI 시대의 핵심은 '무엇을 자동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을까'다. 판단, 방향 설정, 책임, 우선순위 같은 본질적 업무는 여전히 사람 몫이다. AI 시대의 생산성은 더 많은 일을 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덜 하기로 결정하는 분업 기획으로부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