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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Dec 14. 2018

원조의 맛, 정통 까르보나라

여덟 번째 접시, 여덟 번째 이야기

  파스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익숙한 '까르보나라'의 본모습은 크림을 사용하지 않는다. '정통'이라는 단어와 함께 한다면 이 요리는 다른 방향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원조 맛집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유튜브에 리얼, 정통 까르보나라를 검색해보자


 원조를 찾아서


 골목에서도 전쟁을 한다. 누가 원조인지, 정통인지. 이 논쟁은 요리의 역사상 가장 길고 치열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통과 원조 사이에서 '진짜 원조'를 찾고, '진짜 정통'을 구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까르보나라의 경우 정통의 레시피는 '크림'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내가 누구냐 내 이름을 말해봐...!


자가 이름을 불러보라는 슬램덩크의 정대만 - 불꽃남자 -


 까르보나라의 어원은 carbone 즉 석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광부들이 먹었다고도 전해지는 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특히 관찰레, 페코리노 로마노 이 두 가지 고유한 이름의 재료와 달걀노른자, 후추가 까르보나라의 핵심 재료이다. 


소금과 돼지고기의 만남, 베이컨 그리고 관찰레


숙성을 마친 관찰레 - 출처 위키피디아 -


   베이컨은 돼지고기와 소금을 이용하여 만들어내는 육류 가공식품으로, 소금물에 삶고, 차가운 바람에 식히고, 여러 가지 나무를 사용해서 훈연하여 만들어내는 이제는 익숙한 식재료다. 사용하는 돼지고기의 부위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는데 오늘은 관찰레다.


 관찰레는 돼지의 턱살을 소금과 후추만을 이용해서 만드는 이탈리아 정통 베이컨이다. 발효를 통해 풍미와 소금의 맛이 깊숙하게 밴 관찰레는 정통 까르보나라의 핵심 재료다. 작게 썰어낸 관찰레가 열을 만나면 퍼지는 기름은 이 파스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데 한 축을 담당한다. 고유명사 관찰레. 이 부위를 사용할 때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우리에겐 '베이컨'이지만, 그들에겐 '관찰레'라고 불리는 이 재료가 가진 의미는 세세한 그들의 정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페코리노, 양젖의 특별함


페코리노를 검색하면 나오는 다양한 페코리노 치즈의 사진  - 출처 위키피디아 -


 페코리노 치즈는 '페코리노 로마노'로 유명하다. 이름에서도 짐작이 가듯, 기원전 1세기경 로마의 문서에서 당시의 농업학자가 제조법을 남긴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치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에 속하기도 한다. 양젖으로 만드는 이 치즈는 이탈리아어로 양을 뜻하는 (pecora)가 포함된 것으로만 봐도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이탈리아의 치즈로 알 수 있다.


 양젖을 사용하는 점은 과거의 농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로마 시절부터 양 사육을 활발하게 했기 때문에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친밀한 가축인 양의 젖으로 치즈를 만들었을 것이다.


 양젖을 가열하고 압착한 페코리노 로마노는 초경질치즈다. 이름처럼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8개월 이상의 숙성을 통해 짭짤함과 매콤함 그리고 특유의 향이 깊어지고, 강해진다. 때문에 로마와 이탈리아를 넘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게 납득이 간다.


정통이란 무게


 본고장의 재료와 방식을 따라서 만든 '정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관찰레에서 페코리노 로마노까지 각 분류의 기준을 두고, 오랜 시간 지켜온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매력을 가지게 된다. 까르보나라를 말하지만 이 요리의 중심을 이루는 재료인 '관찰레'와 '페코리노 로마노'를 계속해서 만들고, 지켜온 사람들의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특별한 테크닉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힘 있는 재료에서 이 파스타는 만들어진다.



정통 까르보나라

재료: 베이컨, 치즈, 계란, 파스타, 후추, *마늘(옵션)


1. 팬에 베이컨의 기름이 나올 때까지 굽는다

*마늘은 옵션, 페퍼론치노도 좋습니다

*통베이컨, 관찰레 사용하시면 한층 풍미가 있음.

2. 7분간 삶은 면을 넣어준다

* 불을 끕니다. 프라이팬에 남은 열로 조리

3. 소스 비율 1인분 치즈 30g + 달걀노른자 1개

*기호에 따라서 흰자를 넣으면 좀 더 부드러운 맛


4. 후추까지 더해서 잘 섞어주면 소스가 완성


5. 면과 소스를 섞어주고, 후추를 뿌려줍니다.

6. 크리미 한 것을 원하면, 면수를 넣어서 조절하세요.

7. 담아내면 끝. 마무리는 간 치즈로!

















강렬한 인상


 정통 까르보나라의 맛은 강렬합니다. 짭짤하고, 꾸덕하고, 스파이시한 개성을 가진 것이 서로의 매력을 뽐냅니다. 처음 이 요리를 먹어본 날의 기억이 상당합니다. 금호동 금남시장 옆에 위치한 목화다방에서 안면을 트기 시작한 셰프가 자신 있게 내어준 까르보나라는 식사를 마치고, 2차로 안주를 먹어서 가득했던 위장을 속입니다. 꾸덕한 파스타를 꾸역꾸역 그리고 우걱우걱 입안에 넣고서 밀려오는 행복감에 박수를 쳤습니다. 기존의 알고 있던 맛의 세계를 가볍게 박살 내주는 강한 놈이 등장이었습니다. 


 꼭 한번 도전해보세요. 크림을 사용하는 맛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이 소스의 매력은 재료의 조합으로 주는 강한 시너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은 이유가 있으니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전의 먹던 것과 비교해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그 가치는 상당합니다.


특별한 날의 보편적 식사


잘 볶은 면
잘 섞은 소스


 좋은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날은 나에겐 특별한 날이고, 아주 많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그 덕분에 경험도 많이 쌓였기 때문에 종종 도시락을 만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도시락을 만들지는 않는다. 계란과 치즈를 사용하는 까르보나라를 하는 날이면, 소중한 사람에게 강렬한 요리를 선물하고 싶은 날이다. 광부들이 도시락으로 먹었다는 이야기처럼, 면을 기름을 뿌려 불지 않게 대신 식감이 있게 준비하고, 소스만 따로 만들어서 가지고 간다. 주변에 전자레인지가 있다면, 면을 살짝 익히기도 한다. 하지만 적당히 식은 면에 꾸덕한 소스를 비벼먹으면 정말 재밌다. 


 함께 먹는 사람은 이 맛에 놀라고, 도시락으로 까르보나라를 먹었다는 사실에 특별함을 느낀다. 내게도 이런 사건들은 보편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언젠가 광부들이 먹었다는 정통 까르보나라를 먹는 광경은 그들에겐 너무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나도 이 요리를 하고, 도시락으로 여러 번 하면 언젠가는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요리를 먹어주는 사람의 행복한 반응과 그 날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가끔 하는 이벤트를 멈출 수 없다. 


 전통의 까르보나라는 현재에 행복을 가져왔다. 식상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세대를 넘어서 감동을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보자면,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에는 좋은 고집을 가진 재료와 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오늘, 정통 까르보나라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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