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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Dec 13. 2018

혹시 아시나요? 대저토마토 카프레제

일곱 번째 접시, 일곱 번째 이야기

 이탈리아의 요리는 이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고, 제법 익숙합니다. 과거에는 파인 다이닝과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접하던 이탈리아의 요리들. 그리고 재미있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와의 만남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토마토의 암흑시대


 토마토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의 어딘가라고 합니다. 스페인이 아메리카에서 가져왔지만, 약 150년간은 관심 밖의 재료였습니다. 그 이유는 기독교의 영향인데 '에덴동산'이 남미에 있다고 믿었던 그 시절 서구 유럽인들에게 토마토는 선악과로 불린 '맨드레이크'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결과였습니다.


문제의 만드라크 - 출처 위키백과, 네이버 포스트 씨네 플레이-


 맨드레이크는 과거부터 종교적 의식에 사용하는 식물이었는데, 이를 복용하면 생기는 강력한 환각과 최면의 효과가 나타나고, 심각하면 호흡곤란과 죽음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식물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알칼로이드'성분 때문인데 양귀비와 대마초에서도 이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과거에는 맨드레이크를 닮았다는 이유 한 가지로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토마토의 영광의 시대 


스페인의 부뇰의 토마토 축제 - 출처 지식백과-


 토마토를 가져온 건 '에스파냐' 즉 지금의 '스페인'입니다. 아메리카 탐험에 성공한 스페인은 '토마토'를 유럽으로 가져오는데, 당시에는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이후 17세기 이탈리아의 흉작 시절 사랑을 받으며 현재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요리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특히 사랑을 받았던 나라는 '이탈리아'였습니다. '뽀모도로(pomodoro)'가 '토마토'를 뜻하는 말인데, 이는 '황금사과'를 뜻하는 의미로 앞선 종교적, 문화적 의미가 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카프레제'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옵니다. 번역하면 '카르리식 샐러드' 이태리어로 '카프레제 인살라타'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작은 섬인 '카프리'식 샐러드였습니다. 우리에게도 고유명사가 된 '카프레제'의 이야기는 제법 길고 굵직한 역사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대저토마토 너는 누구니


 서양식 카프레제는 좋은 토마토와 생모차렐라 치즈 그리고 허브의 일종인 바질을 순서대로 쌓고 먹는 샐러드. 이태리식 표현이라면 '인살리타'이며 종류로는 '안타 파스토'입니다. 조리법이 쉬운 만큼 재료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요리여서, 품종이 다른 국내의 토마토로는 치즈와 함께 맛을 주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4월 초 여름과 함께 오는 '대저토마토'는 잘 어울리는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흑토마토 - 출처 두산백과 -


 흑토마토는 기존의 토마토보다 검은색을 띠고, 이전에는 갈라파고스 지방에서 자생하던 품종으로 쿠마토(kumato)라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재배기간이 3-4개월 길고 영양소도 베타카로틴, 라이코펜, 비타민-c가 일반 품종보다 1.4배나 높은 품종입니다.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 - 출처 네이버 지도 -


 우리에게 익숙한 '대저토마토'라는 이름은 이 품종의 토마토를 키우는 지역의 이름을 따왔기 때문입니다.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 여기서 재배하는 '짭짤이'는 지역 특성을 받아서 미네랄과 염도가 높고, 남쪽 지방의 영향을 받아 달고, 신 맛의 균형이 좋습니다. 대저토마토 라면, 단순하게 조화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카프레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토마토 카프레제

재료: 토마토(대저), 생모차렐라 치즈, 바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치즈, *옵션(시트러스 주스, 올리브)


1. 토마토를 먹기 좋게 썰어둡니다.

2. 생모차렐라 치즈도 먹기 좋게 썰어서 줍니다.

3. 바질을 껴줍니다.

   (본 사진은 대저 토마토로 대체)

* 레몬주스와 올리브, 치즈로 마무리

대저 토마토 버전
붉은 토마토 버전

단순해서 좋은 마음


 간퍈하지만 좋은 맛이 나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샐러드라니 건강한 느낌이 마구 나고, 이탈리아식이라니 더욱 가슴이 두근거리니까, 꼭 좋은걸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랑 함께 하는 자리면, 직접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조리법의 요리로 전하는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으면 좋겠다'라는 간단한 명료한 마음을 자주 표현했습니다.


학교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 2018년 4월 25일


도서관 테라스를 이탈리아로 만들기


 4학년 2학기 막 학기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즐거움을 찾고 있는 요리를 마음껏 나누고 다녔으니까요. 인간관계가 넓지 않지만, 학교에 참 배울게 많은 후배에게 호기롭게 '나 요즘 요리한다, 도시락이나 즐기자'라고 선언해버린 후 팔자에 없던 도시락 요리사가 탄생합니다.


 SNS에 주말이면 올리는 요리를 보고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고, 마침 그날 빠르게 도시락을 만들어서 학교로 갔습니다. 기존의 카프레제 사이에 '사과'를 끼워 넣고, 말린 올리브를 올려서 마무리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만들었습니다.


 봄의 햇살이 가득한 도서관 앞 테라스, 플라스틱 용기에 가득 들어있던 카프레제는 신선했고, 담백했고, 맛있었습니다. 사과를 사이에 끼워 넣어 주는 아삭한 식감과 짭조름한 말린 올리브. 제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의 균형을 버무렸습니다.


 식기구는 학생식당의 포크를 사용했고, 그릇이 멋지지도 않았지만. 이 행위를 하는 것 자체로 큰 멋이 다가왔습니다. 비약하자면 공간을 분리해둔 채 나름의 이탈리아에서의 식사를 즐기고 온 기분이었죠.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건 겁이 나는 일입니다. 만약 내 요리가 맛이 없다면 밀려오는 불안감과 걱정이 도전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그날 만난 재료는 상태가 괜찮았고, 맛있게 먹어준 후배의 감사의 인사로 이 불안을 떨쳐냈습니다.


 이탈리아식 요리인 카프레제와 한국의 대저토마토 그리고 한국에서만 25년도 넘게 살아온 제가 만들어낸 조화도 제법 괜찮았습니다. 


 소풍 가고 싶은 날, 카프레제는 어떠신가요?


예고 - 언젠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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