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흙 나는 꽃이라

1일 1시

by 보니것


순대국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당신은 아이처럼 궁합을 보자하고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듯이

길이 사라질 곳을 알듯이

해는 꼭대기에서 휘청거리다

지평선 턱에 걸려 넘어질 것을 알듯이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하나

결국 나 당신을 따라갔네


우리가 마주한 아주머니는

입꼬리 끝에 씁쓸함이 묻어있고

하얀 승용차보다는 검은색 SUV가 어울리고

찜질방에 가서 얼음이 둥둥 뜬 커피만 시킬 것 같고

집 거실에 양 귀를 핑크색으로 염색한 강아지가 반겨주고

그럴 것만 같은 상인데

우리의 생년월일을 적더니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듯

미간을 찌푸리고 펜을 놀렸네


자작나무같이 마른 기침을 하더니

아주머니가 이윽고 말했네

당신은 흙이고 나는 꽃이라

나는 그대의 땅에 뿌리 박고

당신의 행복을 먹고 자란다하네

당신에게 절망을 심는다하네

그리고 결국 내가 그대를 떠나

결코 메우지 못할 구멍을 만든다네


우리는 가게를 나와

욕설보다 더한 저주가 낯설어

그대의 골몰하는 표정이 낯설어

그대의 표정에 말 못하는 나도 낯설어

말 없이 말 없이 가는데

당신이 이윽고 말하네


나 그래도 너를 위해 흙이 되겠다고

이 기나긴 겨울밤이 지나

네가 찬란하게 피어날

순간까지 서리와 가랑비가

내려도 안아주겠다 하는데


처마에 달린 고드름이 녹고

사라졌던 길은 이어지고

저무는 저녁 해 뒤로

새벽별이 등불처럼 빛나

나뭇가지에 매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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