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키소스

1일 1시

by 보니것


호수에 왠 사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멀직히 봤을 때는 나인 줄 착각 하였으나 나와는 영 딴 판의 몰골을 하고 있다. 사내 또한 문득 자신에게 방문한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건다.

왜 그곳에 떠있냐고I왜 그곳에 떠있냐고.

허나 떠있는 것은 분명 내가 아니라 사내이건만 내가 물 위에 떠있다고 주장하는 사내에게 노하여 조약돌을 던지었고 사내 또한 이에 내게 질세라 돌을 던지었다. 손아귀를 떠난 돌은 서로의 형상을 깨트렸으나 지구를 그리는 파동 뒤에 이내 적막해져 조약돌은 수심에 잠겨 메아리 아니 돌아오고, 산봉우리에 걸려있던 증오는 나와 사내가 대치된 휴전선인, 적적한 세계의 품 안에 안기어 온데간데 없이 소실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사내와의 불편한 동거에서 갈라서기 위해 나도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조약돌이 되어야 함을. 그리고 사내 또한 나와 비슷한 외로운 궁리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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