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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고바른 Aug 06. 2024

그래도 쓰고 싶다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래도 쓰고 싶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라는 사람이 소설을 씁니다.
그런 사람을 나는 물론
한 사람의 작가로서 당연히 마음을 활짝 열고 환영합니다.
링에, 어서 오십시오.
p.29


이번 연재 브런치북(언소말)을 시작하면서 주위에 '나 요즘 이런 거 쓰고 있어'라고 일부러 말하고 다녔다.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자기 최면을 걸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매일 글을 쓰는 것도 그 주제가 소설 작법에 대한 북에세이라는 것도 모두 쉽게만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짧은 글이지만 7편 정도 쓰고 나니 뭔가 충전이 필요해서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러고도 평소 알던 작가님께 찾아갔다. 작가님은 초단편 소설도 순발력 있게 잘 쓰시는 분이다. '제가 사실 요즘 이런 거 쓰거든요.'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얻은 비결은 '합평'이었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비난?)을 받으며 배워나가는 것이다. 아직 내 소설을 누군가에게 보여준 적이 없는 나는 두려워졌다.


내 경우, 작품으로서 어느 정도 형태가 갖춰진 참에 우선 아내에게 원고를 읽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제삼자 도입' 과정에서 내게는 한 가지 개인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트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 됐건 고친다'는 것입니다. (...)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습니다.
p.155~157


얼마 전 글을 쓰다가 어이없는 실수로 모두를 날렸던 경험이 있었다. 무척 속상했고 저장을 잊을 정도로 신나게 쓰고 있었기에 허무한 기분이 들면서 한순간 우울해졌다. 기억을 더듬으며 비록 같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복원하고 또 어느 정도는 새로 썼는데, 저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보다. 내 경우엔 전에 쓴 원고를 절대 찾을 길이 없으니 비교할 수가 없지만 저자의 말을 한 번 믿어볼까. 새로 쓴 것이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문장이든
반드시 개량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 썼다' '완벽하다'라고 생각해도
거기에는 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p.159~160


이 책의 구성은 12개의 강연투로 적힌 단편적인 글의 모음이다. 1~6회는 저자가 평소 틈틈이 써온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전적 에세이'라는 카테고리와 아주 잘 어울리며, 특히 5회 <자, 뭘 써야 할까?>에서는 '소설가가 되려면 어떤 훈련이나 습관이 필요할지, 6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장편소설 쓰기>에서는 처음에 언급한 것과 달리 장편소설 작업방법(순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소설가가 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
소설을 쓰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빠뜨릴 수 없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다음에 할 일은 (...) 자신이 보는 사물이나 사상을 아무튼
세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붙이는 것이 아닐까요.
p.118~119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한 소문은 들어왔으나 직접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와는 어쩌면 반대로 글을 쓰며 번역투를 경계하기 때문에 일부러 일본작가의 책은 피해왔다. 어릴 적 열정적으로 읽었던 '셜록 호움즈' 시리즈는 당연하게도 영어 -> 일본어 -> 한국어 순으로 번역된 책이었고, 내 안에는 어쩔 수 없이 애매모호한 국적의 말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이만큼 쓰면서도 이와 같은 이유로 몇 번을 다시 쓰고 있다.)


이 책이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가이드북 중 하나가 된 이유는 확실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자 본인의 이야기뿐만 아닌 글쓰기 작업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읽고도 '그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역시나 쓰지 않고는 못 견디려나.


매우 단순한 얘기지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
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p.106



<책 소개>

제목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 양윤옥

카테고리 - 자전적 에세이

출판 - 현대문학

쪽수 - 336p

크기 - 136*194

발행일 - 2016.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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