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밝고바른 Aug 01. 2024

길들여진 마음 사로잡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마음의 플롯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는
내면적으로 인간의 본질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파고든다.
그리고 사건은 그들을 감싸고 있다.
이는 믿음과 태도를 시험하기 위한 내면적 여행이다.
마음의 플롯은 생각에 관한 것이다.
p.73

나에게도 남들처럼 반쯤 감은 눈을 비비며 매일 아침 오르막을 올랐던 고등학생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몸도 마음도 다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자면 웃음만 나온다. 그래도 폭소하는 웃음이 아닌 잔잔한 미소라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몰랐다. 배려하는 방법도 몰랐다. (사실은 지금도 만만찮다.) 그래서 울린 남학생은 없었어도 울린 여학생은 꽤 되었다. 무덤덤하고 감정도 감성도 모자랐다. 한마디로 나빴다. 어느 날은 학교 재단에서 문학 백일장이 열렸다. 제시어와 함께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제시어를 본 순간 어떤 이야기가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커다란 갱지에 빼곡하게 글을 적어내려 갔다. 마치 꿈속에서 본 일을 바로 적어내는 일과 같았다. 무엇에라도 홀린 듯 일어난 일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는 A 묘사, 눈이 오는 어느 날 B의 등장, A와 B가 만나며 무언 속에 위로를 느끼는 장면. 끝. 은은한 감정선을 묘사하는 것은 즐거웠다. 현실에서는 마음을 직접 얘기하지 않으면 절대 알지도 못할 사람이 말이다. 어찌 되었든 겁도 없이 써 내려갔던 소설은 입상을 했다. 분명한 건 입상했다는 사실이나 상금보다도 갱지에 연필로 꾹꾹 써 내려갔던 그 순간이 나에게 더 큰 기쁨을 주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본 사람에게도 소설을 쓰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테니, 나 같은 사람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기존의 말을 뒤엎는 결과일 것이다.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모르는 건 물론이고 독자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만족시킬만한 짜임새 있는 작품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래서 난 공학적으로 접근했다. 바로 플롯을 익히는 것이다.


플롯은 작품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p.29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의 저자 로널드 B. 토비아스는 플롯을 스무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가장 기본적인 플롯의 패턴을 스무 가지로 정리한 것이다.  플롯의 패턴을 파악하는 기준에 따라 또 다른 숫자로 정리할수도 있을 테지만 어떤 행동의 패턴은 인류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하므로, (이러한 태도를 '본능'이라 부른다.) 이 스무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스무 가지의 플롯은 다음과 같은 키워드로 나뉜다. 추구, 모험, 추적, 구출, 탈출, 복수, 수수께끼, 라이벌, 희생자, 유혹, 변신, 변모, 성숙, 사랑, 금지된 사랑, 희생, 발견, 지독한 행위, 상승과 몰락. 자신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아마 이 스무 가지의 플롯 중 한 개 이상에 해당할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 플롯의 표본은 일상의 이야기다. 도서관의 서가를 기웃거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어떤 원칙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방금 만들어진 살아 있는 이야기도 나름의 구조와 구성의 원칙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다. 그래서인지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플롯은 유기적인 작업과정이다.
이는 작가의 의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창작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독자들은 플롯이 이끄는 이야기에 길들여져 있다.
p.23

1997년에는 초판이, 2007년에는 개정판이 발행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읽혀온 대표적인 작법서로 1부에서는 좋은 플롯이란 어떤 것인지 설명하며, 2부에서는 스무 가지 플롯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마스터 플롯을 찾지 못해 수없이 종이 위에 글을 써가며 방황하고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고 중요한 초점을 일찍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사두어야 할 책이지 않을까.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읽어 보길 추천한다.


플롯이 작가를 돕게 하라.
p.362



<책 소개>

제목 -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저자 - 로널드 B.토비아스

옮긴이 - 김석만

카테고리 - 시나리오/희곡 작법

쪽수 - 376p

크기 - 148*210

ISBN - 9788974744052

발행일 - 초판 1997. 07. 30.  개정판 2007. 07. 25.

 

이전 06화 짧고 나쁜 책을 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