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라진 모습”
자연 속 동식물들은 위험을 감지했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오그라듭니다. 나무도 추위 앞에서 잎을 오그라뜨리면서 물을 빼고 잎을 떨굽니다. 동물들도 위험에 처해있을 때 숨기 위해 오그라들고, 오징어도 불 위에서 오그라들고, 추위에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혹은 누군가가 나를 때릴 때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몸을 웅크립니다. 이렇듯 오그라드는 것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취하게 되는 행동입니다. 부피를 최소화하여서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모습이 바로 ‘웅크리는 행동’인 것이죠.
그런 위험이 그치게 되었을 때, 오그라든 것은 다시 펴집니다.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나무도 기지개를 켜고 다시금 잎을 내기 시작합니다. 동물들도 천적이 떠나가고 나면 나와서 행동을 시작하고, 오그라들게 만드는 멘트들로 없어진 손가락 발가락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와서 자기의 몫을 수행합니다. 위험과 긴장의 순간이 지나게 되었을 때, 안전의 상황에서 오그라진 모든 것은 펴지게 됩니다.
그런데 ‘오그라든 손을 가진 사람’은 그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그라든 손을 펴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손은 항상 위험을 감지합니다. 그에게 다가오는 모든 순간이 안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그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위협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웅크린 손을 가졌다는 이유로 ‘죄인’처럼 취급받았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에게 다가오는 위협들은 손을 사용하지 못하고 웅크린 채로 지내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마음도 졸아들고 있었겠죠.
마음도 그렇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마음도 졸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에게 다가오는 다른 것들을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잘못되었다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마음이 졸아든 사람들처럼 말이죠.
우리 본래의 모습대로/펴 있는 상태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내 마음을 펴서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그라든 우리들의 마음, 흑백사진(로모) 3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