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변덕쟁이는 아빠일까 엄마일까
"내가 느이 아빠 때문에 못 살겠다, 못 살겠어. 하루가 멀다 하고 금방 이랬다 저랬다, 대체 어쩌라는 거니?"
지난달 충주집에 갔을 때, 옥섭 씨는 나를 보자마자 푸념을 시작했다. 희경 씨는 몇 년 전부터 장사를 계속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 그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더 심해졌다. 우리 가게 주요 상품인 파의 가격이 최근 천정부지로 솟아 하루하루 장사가 도박과 같은 상황이다. 당장 파 장사를 하네 마네 수시로 바뀌는 희경 씨의 걱정과 불안,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옥섭 씨에게 넘어갔다.
"빨리 아빠 먼저 점심 드시라고 해. 아빠 요즘 이가 안 좋아서 연한 반찬으로 따로 밥상 차려야 한다."
옥섭 씨는 한참 희경 씨 흉을 보면서, 금세 그를 위한 점심상을 차렸다. 본인이 찌개를 올리는 동안, 나에게 '아빠 밥은 이 밥그릇에 퍼서 드리라' 특별 지시도 잊지 않았다. 곧 희경 씨가 올라와 밥술을 들었다.
"어때? 찌개 맛있지?"
"음, 아주 맛있네."
희경 씨 짧은 칭찬에 언제 그랬냐는 듯, 옥섭 씨는 미소 짓고 집안에 다시 평안이 내렸다.
"느이 아빠 코 고는 소리가 을마나 시끄러운지, 도저히 같이 잘 수가 없다."
"주는 대로, 있는 대로 먹으면 되지, 그깟 고등어 구이가 짜다고오, 짜다고, 왜 이렇게 잔소리니."
"바빠 죽겠는데 맨날 우두커니 앉아서,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옥섭 씨의 희경 씨에 대한 불만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변덕스러움은 기본이고 일반적인 시골 아저씨 똥고집 및 아집, 스크루지보다 백 배는 더한 구두쇠 심보, 해외여행 가서 한국음식 찾는 촌스러움.... 그런데 그렇게 싫다 힘들다 하면서 또 희경 씨의 일거수일투족 살뜰히 챙기는 것도 옥섭 씨다. 작년에 희경 씨는 신우암 판정을 받고 신장 한쪽을 떼어냈다. 그 모든 과정과 뒷수발을 감당하는 것도 다 옥섭 씨 몫이었다.
불평과 불만이 어떻게 이리 쉽사리 정성으로 바뀔 수 있나, 내 평생 이해 안 되는 게 이거다.
이번 주말에 옥섭 씨가 서울에 온다. 희경 씨가 정기적인 암 전이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 병원에 오기 때문이다. 싫다 싫다 하면서 죽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 부부의 마음을 나는 영원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