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붕슐랭 맛집을 찾아서
왕성한 식욕을 가진 나에 반해 입이 짧은 아내는 가을만 되면 꼭 먹고 싶은 먹킷리스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붕어빵. 하지만 그냥 붕어빵이 아니다. 정말-맛있는 붕어빵을 찾아야 한다. 똑같은 반죽에 팥을 넣는데 그게 그 붕어빵이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그 차이는 확연이 다르다. 아내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반죽의 농도, 팥의 눅진함, 그리고 반죽과 팥의 비율 그리고 숙련된 기술자의 굽기 기술이 합쳐져야지만 완전히 맛있는 붕어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 바로 구워진 붕어빵이 아닌, 갓-구운 따끈따끈한 붕어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기가 서린 거리에서 갓 구운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갈라 모락모락한 김을 불어 먹는 그 맛이야말로 계절의 맛이 아닐까? 이런 붕슐랭 가이드의 기준을 가지고, 나와 내 아내는 매년 가을마다 붕어빵 지도를 보면 거리를 서성인다.
의례적으로 올해 가을도 아내가 말한다. "붕어빵 찾으러 가자!". 왜 '먹자', 가 아닌 '찾자'라는 동사를 썼는지 이제는 익숙한 듯 거리를 향해 간다. 계절 메뉴라는 것을 증명하듯 더울 때는 보이지 않던 트럭이 여기저기 세워져있고, 지금까지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친근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붕어빵을 여기저기서 굽고 있다. "이 곳은 미리 구워놨네, 다른 데로 가자!", "여기는 팥을 조금밖에 안넣어주신다." 이제는 나름 엄격해진 우리들의 붕슐랭 가이드에 따라 이곳 저곳을 제외하니 맛으로 유명한 곳은 문을 닫았거나, 올해 겨울에는 아직 출몰(?)하지 않은 곳밖에 없다. 맛있는 붕어빵을 찾아 이리저리 서성이다 앞에 익숙한 붕어빵 기계가 보인다. 앞에 사람들이 2-3명 정도 부지런히 줄서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 부부도 자연스레 그 대열에 합류해서 슈크림 붕어빵 2개, 팥 붕어빵 2개를 시킨다. 1개만 먹는다면 팥을 시켰겠지만, 우리는 그리 이성적이고 절제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팥붕과 슈붕을 1사람당 1개씩은 맛봐야겠다는 생각해 슈붕 2개, 팥붕 2개를 시켰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니, 아직은 붕어빵 굽기에 익숙하지 않은 할머니의 손놀림이 보인다. 쉬워 보이게 하면 그 사람은 기술자고 내가 하고 싶은 충동이 들면 아직은 미숙자라고 했던가. 한 붕어틀에 반죽과 팥의 비율을 고민하시며 서너번 양을 조절하신다. 붕어빵이 구워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콘텐츠이다. "맛만 있으면 됐지~"라며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우리의 붕어가 뜨거운 김을 내며 손에 쥐어졌다. 허기가 최고의 반찬이라 했던가. 2025년 가을 첫 붕어빵을 쥔 우리들은 붕슐랭 가이드의 기준따윈 생각하지 않은 지 오래였다. 붕어빵을 받자마자 진격의 거인처럼 붕어의 머리를 뜯어먹었다. 수개월만에 느끼는 붕어빵의 반죽향, 그리고 어릴적에 느꼈었던 팥소의 맛이 우리의 가을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우리들이 찾던 최고의 붕어빵은 아니었지만, 아직 찾지 못한 핑계로 더욱 많은 붕어빵을 즐길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