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회고하기 좋은 계절
날씨가 제법 스산해졌다. 에어컨을 틀어야 잠이 오던 여름이 지나, 이제는 창문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제법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긴 연휴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10월의 시작인 셈이다. 새삼스레 캘린더 앱을 켜서 1월부터 10월까지의 일정을 돌아본다. 빽빽이 적힌 일정들로 인해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돌이켜본다.
브런치에 신혼여행기를 올리기도 했지만 나는 올해 5월에 결혼한 신혼부부이다. 결혼을 한 지금의 일상은 결혼 전보다 더욱 풍요로워졌다. 한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주말 아침에 영양소를 고려해서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함께 누울 이부자리를 조금 더 깔끔하게 정돈하는 모습까지 말이다. 집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결혼의 장점 중 하나이다. 정성을 담아 결혼한 선배들은 술자리 우스갯소리로 결혼과 죽음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라지만 나는 그런 자조스런 의견엔 반대하고 싶다. 단점도 분명하게 있겠지만, 단점들은 장점 위에 점 하나일 뿐이다. 다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한 동생이 있다면, 편안한 나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내 덕에 나도 모르게 나는 다정해지다가, 유치해지다가, 어른스러워진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업무에 복귀한 지도 이제 4개월이 지났다. 3분기부터 복귀하여 업무를 시작했는데, 정말 업무가 휘몰아치는 시기라고 생각되는 시기였다.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저녁 11시에만 퇴근해도 행복할 것 같다는 옆 동료의 말을 들으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며 버티던 시기였다. 일 때문에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쓰는 것에도 소홀했지만 그래도 지키고 싶었던 꾸준한 것들이 있었다.
- 2주에 1회 글쓰기
- 사내 제안서 스터디(월 1회)
- 마케팅 인사이트 스터디 및 계정 운영(주 1회)
- 아내와 함께하는 테니스 레슨(주 1회)
- 하프 마라톤 완주(연 2회)
매일같이 새벽에 퇴근하던 와중에도 손에 놓지 않으려고 움켜쥔 것들은 나의 일상을 굳건히 지켜주었다. 변하던 상황 속에서도 나의 일상과 나를 지킨 것은 고맙게도 나였다. 남은 올해 3분기에는 나의 루틴을 지켜가면서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도들을 해봐야겠다. 지도와 나침반이 있으면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느덧 7년 차 마케터가 되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한 직무에 몸을 담아 일을 했음에도, 점점 더 배울게 많아짐을 느낀다. 1-3년 차 때는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성장의 갈증을 느꼈고, 4-6년 차 때는 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했었고, 7년 차 이후부터는 나만의 임팩트를 위한 일들을 해야 함을 느낀다. 어떤 일을 맡더라도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선과 고객의 만족은 어떤 지점일까 생각해 본다. 연차에 따라 범위와 책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나의 희소성과 수익성, 퀄리티를 갈구해야 함을 느낀다.
남은 3개월도 다양한 일과 일상들을 쌓으며 살아가겠지만, 여느 때처럼 올해의 끝에는 '올해도 잘 살았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남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