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선> 시즌 2 - 결재선 위의 사람들 EP 10
팀장 시절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회의에서 의견이 많으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결재선 위에 올라가 보니,
조직은 의견의 ‘수’가 아니라
의견의 ‘강도(Intensity)’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직은 다수결로 굴러가지 않는다.
조직은 ‘누가 얼마나 강하게 말하느냐’로 굴러간다.
그리고 그 강도는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크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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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말하는 사람은 ‘결과까지 책임질 준비가 된 사람’이다
어느 회의에서 A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안건은 반드시 이번 분기에 가야 합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문장의 강도는 누구보다 강했다.
왜냐하면 모두가 알았다.
그 임원은 이 안건을 위해
이미 상위 라인과 책임까지 정리해 온 상태라는 것을.
강도는 목소리가 아니라
‘이미 어디까지 각오했는가’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결재선 위에서는
작게 말해도 강할 수 있고,
크게 떠들어도 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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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약한 의견은 “저는 괜찮습니다”이다
이 말은 사실상 이렇게 번역된다.
- “나는 책임질 생각이 없다.”
- “나는 흐름을 바꿀 의지도 없다.”
- “나는 리스크를 떠안을 위치가 아니다.”
그래서 임원들은
이 문장을 의견으로 치지 않는다.
결재선 위에서는
‘중립’은 의견이 아니다.
‘책임 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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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는 내용이 아니라 ‘타이밍’에서 나온다
한 번은 내가 어떤 리스크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런데 분위기는 아주 조용히 흘렀다.
그때 문득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무리 올바른 말도
타이밍을 못 잡으면 강도가 사라진다.
- 아직 방향성이 정리되지 않은 초반
- 이미 분위기가 굳어진 중반
- 결론만 정리하는 후반
이 중 어느 순간에 말하느냐에 따라
의견의 무게가 10배씩 달라졌다.
결재선 위에서
강도 = 타이밍 × 책임감 ×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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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선 위의 사람들은 ‘흐름’을 읽고 강도를 배치한다
임원들은 하나의 안건을 논의할 때
내용을 보지 않는다.
흐름을 본다.
- 지금 이 안건은 어느 라인이 밀고 있는가
- 지금 반대해도 되는 분위기인가
- 지금 강하게 말하면 누구와 충돌하는가
- 지금 침묵하면 누구와 자연스럽게 정렬되는가
흐름을 읽는 사람만이
강도를 정확하게 배치한다.
그래서 어떤 임원들은
회의 내내 조용히 있다가,
단 한 문장으로 전체 결론을 바꾼다.
그 한 문장의 강도는
이미 회의 전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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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도의 배치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팀장은 이렇게 판단해야 한다.
- 지금 우리 팀의 의견을 말하면 힘이 실리는가
- 지금 말하면 책임이 과도하게 올라오는가
- 지금 침묵했다가 나중에 말하면 더 효과적인가
- 지금은 약하게, 나중은 강하게 가야 하는가
결재선 위의 팀장은
조직의 에너지 흐름을 읽고
의견의 강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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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문장
조직은 의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책임을 동반한 ‘강도’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강도를 정확히 배치할 줄 아는 사람이 결재선 위의 세계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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