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대건 Sep 18. 2019

인생은 제멋대로

처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었을 때

처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었을 때 기분이 끝내줬다. ‘이것이 삶이구나, 이제야 진짜 인생의 알았구나’ 싶었다. 매일 휴가라는데! 얼마나 설레는가! 그리고 3년이 지났다. 다시 읽음에도 메시지는 비슷하고 감동받은 구절에 또 감동하고. 이게 뭐야?! 달라진 게 없잖아.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돈은 벌어야 할 것 같고, 그걸로 친구들에게 위시하고 싶고, 매력적인 여자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고 안절부절못한다. 알아도 모른다는 인생이다.


그렇다. 인생은 제멋대로인 셈이고 알 수 없다.


소설 속 조성훈과 사카에의 말대로 우리 시대의 ‘프로’들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비웃는 건 허울의 낭만을 이유로, 희생하는 이들을 욕보이는 짓이다. 편하게 살면 좋은 줄, 남은 날은 모두 휴가처럼 살면 좋은 줄 누가 모르느냐는 말이다. 인생이라는 덫이며, 개인을 둘러싼 책임이고, 가족으로 덮인 의무이며, 세월을 어깨 위에 올려진 짐처럼 오로지 두 다리로만 버텨야 하는, ‘프로’라는 이들의 일상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더 이상 박민규의 책을 읽지 않는다. 


오래전 니체는 말했다. 최악의 독자가 되지 마라. 그들은 약탈하는 도적과 같아 책 속에서 자신과 상황에 맞는 것, 써먹을 것들을 골라 훔친다. 그리고 그게 모든 것인 양 떠들고 다닌다. 그런 악질적인 독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내가 지금껏 그랬다. 책을 읽고 변화해야 된다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삼미를 삼미로 보지 못하고 ‘프로’가 되려고 했으니 바로 내가 최악의 독자다. 니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니, 아마추어니 집어치우고 여전히 두근두근한 삶을 원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살고 싶다. 그런 것들을 위해 나를 ‘돈’ 삼아 지불하고 싶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더욱더 그렇게 살고 싶다. 일 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기다리기보단 일 년 내내 내일을 기대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하면 최선의 독자가 될 것 같다.(15.12.01)

매거진의 이전글 장래희망 칸은 앉은키 재기와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