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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y 27. 2021

함께

영화 '그을린 사랑'을 떠올리며 적는 짧은 소설

내가 너에게 '무슨 일 있더라도 널 사랑하겠어'라고 고백했을 때, 넌 웃으며 날 안아 주었어. 난 그게 내 사랑의 영원한 약속을 네가 믿고 기뻐하는 것이라 여겼어. 하지만 이제 알아. 넌 내 사랑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태워버릴 무슨 일을 상상했고, 그걸 두려워하고 있었어. 난 네 표정을 볼 수 없었지.


너와 난 수많은 밤을 함께 했어. 그때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어. 너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음이 슬펐어. 이 순간 세상이 닫혔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도 있어. 그런 얘기를 꺼낼 때마다, 넌 내게 '이제 우리 함께 있으니,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달래주었어.


그 사람의 편지를 읽었을 때, 그게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어. 난 아직도 손가락으로 입술을 스치며, 네가 닿던 느낌을 기억해. 그런데 그 글자들이 내 입에서 나와 공기로 흩어지면서 네 기억마저 가져가고 있었어.


넌 언제부터 알고 있었니? 네가 나의 고백을 들으며 상상했던, 내 사랑을 의심하게 될 일이라는 게 이거였니?


지금 나는 지금 네게 안길 때처럼, 또 너를 안을 때처럼 기쁘고 슬퍼. 우리가 살을 맞댄 것보다 더 가까웠다는 사실, 같은 뿌리를 가진 탯줄로 연결됐다는 사실, 원초적으로 이어진 적이 있었다는 게 기뻐. 가까움 조차 거리를 가지고 있기에, 가깝다는 건 끊어지지 않은 것보다 더 가까울 수 없으니까.


그리고 슬퍼. 하나인  알았던, 그저 험난하기만   알았던 길이  개로 나눠져 버렸어. 네가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슬퍼. 우리는 갈림길에 놓여 있어. 너는 어디로 걸어가려고 하니?


아니야. 우리는 같은 길을 가게 될 거야. 네가 어디로 가든, 나는 너를 따라갈 거야. 나는 네게 말해. '함께 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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