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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벗 Feb 23. 2022

무지의 통제를 넘어,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1편

우리는 함께 더 알아갈 거예요 

1단계:
뉴스레터?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찾아서 공부하기 어려웠는데 무료로 큐레이션해준다고? 땡큐지!


2단계:
벌써 10개가 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 재미있고 새로운 내용이 많아서 이제는 주말에 몰아보고 있어. 지금 넓고 얕게 공부해놓고 나중에 전문성이 필요할 때 더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니겠어?

3단계:
이메일함에 쌓인 메일만 수천 개야. 국내/해외 합쳐서 구독해놓은 뉴스레터가 40개는 되는 것 같아. 다 흥미가 가서 구독한 건데, 해지하자니 다시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왠지 보내주기는 싫고...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레터가 넘쳐나는 시대, 하나를 열어 5분을 쓴다고 하면 이론상으로는 한 시간에 12개를 볼 수 있어요. ‘와 이런 게 있어?’하며 스크롤링한 레터, 다 기억하시나요? 너무나 많이 쌓여 있는 레터를 관리하기도 힘들고, 바쁜 일상 중 언제 시간을 내 공부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바로 제가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안녕하세요. 함께 알아가는 친구, 알벗입니다.


저는 뉴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사가 다양한 편이고, 뉴스레터라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접하는 콘텐츠를 나열하자면 뉴스레터, 넷플릭스, 종이책, 밀리의서재, 콘텐츠 플랫폼(퍼블리 등), 유튜브, 아주 가끔 필요할 때 논문이나 보고서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단기적으로 니즈가 발생했을 때 부랴부랴 집중해서 찾아보는 콘텐츠 소비 습관을 만들어 왔어요. 오랜 시간 동안 가져왔던 관심사가 흩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생존형 콘텐츠 소비 습관’에는 극명한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이런 장단점이 발생하는 원인을 저는 퍼블리에 발행한 아티클에서 세 가지로 꼽았습니다.   


전략의 부재: 적절한 방향 없이 마구잡이로 학습하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찾는 일도 너무 힘들고,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학습 경험도 엉망이 된다.


프로세스의 부재: 학습해서 바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학습, 기록, 논의, 성과의 과정으로 잘게 나눠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 어렵다.


기록의 부재: 압박감에 배우며 얻은 중요한 느낌, 생각, 인사이트가 기록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로 휘발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전략, 프로세스, 그리고 기록의 원칙을 일상의 학습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배울지 설계해나가는 이 과정을 저는 ‘학습 포트폴리오 설계’로 이름 붙이고 싶어요. 이 방법론은 제 생각에 기존의 지식 패러다임과는 매우 다릅니다.



무지 관리의 기술(The technology of ignorance management)


이제 지식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무지를 관리하는 시대입니다. 내가 어떤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 반드시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지식 영역이 있고,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기존 지식을 깊게 알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고, 실행을 위해 어떻게 빠르게 학습해 사용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면, 지식이라는 망망대해의 한켠에서 낚시질을 할 것이 아니라 넓고 멀리 항해해서 ‘지식의 지도’를 획득해야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지금 세 번째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습니다. 각각의 회사의 성격과 직무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업계 내의 핵심 흐름과 논리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지금은 뉴미디어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는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습해야 할 내용이 매우 많습니다. 플랫폼, 개발, 디자인, 마케팅, 데이터 등 회사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기본 상식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지식의 양이 늘어난 것이죠. 이전에 오프라인 교육 회사에서 강의안을 만들었던 일과는 문화, 호흡, 기획 방식, 동료들의 종류가 모두 달라요.


기존의 지식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요. “난 문과고, 이거 다 모르고, 나이도 많아서 난 내가 익숙한 일만 할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지능과 지식기반은 변하지 않고, 성과는 내가 이미 가진 역량에서 난다고 생각하죠.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이미 좋은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고, 성과를 낼지도 모르고, 사람도 좋은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매우 힘들어할 것 같아요.


저는 성장 마인드셋을 탑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모르는 건 당연한 거고, 어떤 지식 영역이든 핵심 원칙이나 논리(first principles)가 있는 것이고, 이 내용들은 사실 내 직관을 훈련시켜서 단시간 내에 배울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성장하죠. 배워서 써먹고, 더 잘 써먹기 위해서 공부하고, 모르면 물어보고, 그 와중에도 여유와 유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인간의 성장 가능성은 완전히 다른 수치를 갖게 돼요.


제가 만들어나가고 있는 경력이 이를 증명합니다. 대학원 출신으로 토론 강사생활을 했고, 서른 중반에 스타트업계에 뛰어들었고, 에디터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기획자로 직무를 바꿨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창업 교육사에 다녔고, 이제는 IT 서비스 프로덕트를 파는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대단할 것은 전혀 없는 경력이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있어요. 하루가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한 그 느낌을 정면 돌파해온 순간이 많았으니까요.



무지 관리자에서 지도를 가진 자로


필요에 의해 무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해온 사람은 그러나 학습 과정이 안정적이기는 어려워요. 전문 영역에 대한 기반이 모자이크처럼 뒤죽박죽이라서, 익숙한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기도 어렵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식이나 직감이 너무나 협소했다는 자평도 하게 됩니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퇴근하고 공부하고, 주말에도 고민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할 수도 있죠.


그러나 자신의 커리어 방향을 정해 이제 장기 플랜을 세워볼 생각이 들었다면,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매일 저녁과 주말을 희생하고, 탈모를 감수하면서 언제까지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절대적 무지’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상대적 무지’를 조정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필요할 때마다 갈아 넣으며 찾아보다가, 이제는 ‘잘은 모르는’ 상태가 되었으니 필요한 만큼 잘 알기 위해 지식과 실천의 지도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 업계, 이 직무에서 최소한 2년 정도는 머물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싶다면, 현재 직무의 핵심 트렌드와 역량을 빠르게 갖춘 후에 어떻게 다른 점과 연결해(connect the dots!) 새로운 커리어 그림을 그려낼지 고민하는 거죠!


이에 저는 전략, 프로세스, 기획이라는 3원칙을 활용해 ‘학습 포트폴리오’ 수립 방법론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전체적인 학습 포트폴리오를 타이트하게 짜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어요. 퇴근하고 패스트캠퍼스와 퍼블리만 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 대원칙을 정리한 후에 간단하게 ‘뉴스레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합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학습을 설계하다


3원칙은 퍼블리 아티클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니, 4단계 방법론을 정리해볼게요.


1️⃣ 전략 수립


상대적 우위 파악   

정리한 커리어 키워드 내에서 업계, 직무와 관련된 틈새 전략을 수립한다.              

예시) 뉴미디어 스타트업에서 해당 주제 도메인과 직무 모두에 전문성을 가진 콘텐츠 리드로 성장         

예시) 국제, 테크, 비즈니스, 콘텐츠 핵심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계획    


나한테는 있는데, 비슷한 입장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무엇을 고민한다.              

예시) 대학원생 출신 콘텐츠 리드는 드물다. 논문과 전문자료, 이론과 사상에 대한 기본 이해를 가진 사람은 인사이트 도출 속도와 수준이 다르다.         

예시) 문과 출신 콘텐츠 리드가 가진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인문/사회적인 지식과 상상력을 다른 전문성과 합치면 큰 장점이 된다.    


전략 세분화   

직무: 뉴미디어와 콘텐츠 분야에 중상 수준의 전문성

도메인: 국제, 테크, 비즈니스 분야에 중 수준의 전문성

인사이트: 인문 사회 지식과 인사이트 중하 수준. 사회과학에 대한 질문과 관심사를 이어가고, ‘인간 동기’에 대한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얻고 정리하고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획


정리

이 정도로 정리하면 저는 전 세계에서 뉴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콘텐츠 팀원 1000명(예시) 중 상위 15%~20% 내에는 들 수 있다고 짐작합니다. 그 정도면 성장, 승진, 이직, 회사에서 좋은 혜택 영위 모두에 충분하죠.


10% 이내의 톱이 되고 싶다면 직무, 도메인, 인사이트 영역에서 상위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할 거고, 나를 폭풍 성장시켜줄 수 있는 회사와 문화에 속해야 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2️⃣ 스케줄


직무, 도메인, 인사이트의 분야를 어느 정도 좁혔다면, 이제 ‘식단’을 짤 차례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요, 이미 내가 가까이하고 있던 분야의 콘텐츠들을 이제는 더 밀접하고 주기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면 돼요. 1년에 3, 4번은 보던 친구와 주기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서 책모임을 하는 것과도 비슷할 수 있죠.


단기, 장기 학습 계획을 세웁니다. 여기에 대학원이나 해외 MBA가 들어가면 머리가 아파지기 때문에 일단은 텍스트 콘텐츠, 영상 콘텐츠, 모임 등으로 좁히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계획은 거의 ‘기획’ 수준이라고 보시면 돼요. 너무 구체적이면 실행이 어렵고, 너무 추상적이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 있으니 자신의 P-J 수준의 맞게 적당하게 적습니다. 저는 완전한 P이고 관심사가 몇 달마다 바뀌기 때문에 이를 예상하고 적당히 느슨하게 정리하렵니다.


3개월 계획   

미디어 분야 핵심 콘텐츠 리스트업, 주기적으로 접할 수 있는 루트 마련

국제, 테크,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트렌드 파악 콘텐츠

사회과학 핵심 저서 리스트업

(필요시) 중요 분야에는 1차 자료 포함


6개월 계획   

모른다!


1년 계획   

모른다!


3개월 계획을 세웠다면 일단 바로 실행 가능한 형태로 일상을 구조화하고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면 오전에 출근하기 전에 5분간 00 뉴스레터 읽기, 점심에 00 뉴스레터 읽기, 저녁에 00분간 00 분야 관련 책 읽기, 자기 전에 30분간 오늘 배운 내용 정리해서 브런치/커리어리 등에 올리기.


이 내용을 주 단위로 기획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하고 개선하는 거죠. 린학습! 이제는 모든 건이 린해야 하는 시대 아니던가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뉴스레터를 기준으로 학습 포트폴리오를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서 만든 뉴스레터 목록과 제 마음대로 진행하지만 포브스 선정이라는 ‘알벗 뉴스레터 어워즈’도 진행합니다!


3️⃣ 기록(실행)


배웠다면 기록해야 하고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좋고요, 주기적으로 적은 내용을 종합해 패턴과 인사이트를 찾아내면 더 좋아요. 기록이 쌓이면 인사이트가 되고, 인사이트에서 내 진정한 감각과 전문성이 나오게 됩니다. 꾸준한 사람이 결국 이기는 거죠!


기록 방식에 대해서 저는 아직 공부 중인데요, 이 부분도 한번 쫙 리서치를 해보고 선별해서 포스팅을 정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습한 내용을 실제로 어떤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분야라면 직접 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험치가 쌓이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게 될 수 있죠.



4️⃣ 발행 + 피드백


기록하거나 실행한 내용을 그대로 묵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피드백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한데요, 내가 썼거나 만들었으니 당연히 좋은 피드백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피드백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겸손함과 호기심입니다.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가 너무 쉬워진 세상이 되었고, 데이터를 쌓아서 유의미한 포인트를 끌어낼 수도 있죠.


저는 뉴스레터를 발행한 적이 있어서 타입폼 데이터와 구글 애널리틱스 데이터를 초보 수준으로 읽곤 했는데요, 정량적인 부분을 잘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회과학 대학원 경험을 살려 ‘인간의 심리와 동기’를 파악하려고 애씁니다.


이 부분도 별도의 포스팅이 필요하겠네요!



당신은 무지를 관리하고 있나요, 무지에게 관리당하고 있나요?


비전과 미션 아래 기획과 계획을 세워 상대적인 무지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콘텐츠 생활은 누군가의 알고리즘과 앱 알람이라는 기획의 통제를 당할 수 있어요. 무지에 관리를 당하거나, 무지하기에 당신의 데이터와 상황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통제를 당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소셜 딜레마>를 본 적이 있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것 같아요.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에서 당신의 주의, 시간, 데이터는 누군가의 돈이 됩니다. 내 주의, 시간, 데이터를 주체적으로 다시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내가 비전을 그리는 저 미래를 내던져버립시다.


저는 함께 알아가는 친구, 알벗입니다. 우리의 절대적, 상대적 무지를 함께 관리해 네 번째 세상으로, 흑백논리와 누군가의 통제를 벗어난 주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미래로 함께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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