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다

정의 기억 그리고 연대

by 김코알라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모두가 외면해온 '인권 참사'에 목소리 높여 당당히 맞서 싸워온 투사들이 있다. 과거 일본제국의 전쟁 야욕과 대한제국의 무능함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한 '목소리 없는 자'의 절절한 '목소리'를 조명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준 의인들이 있다. 바로 '정의기억연대'다. 오랜 세월 그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기 위해 쏟아온 땀과 눈물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그러한 그들에 대해 철저한 이방인의 입장에서 논하자니 송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일반적으로 일제의 불법적 식민지배 시기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성착취를 강요당한 피해자를 지원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잔혹성을 국내외에 고발하여 진정한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단체로 기억된다.

그도 그럴 것이 1992년에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져온 '수요시위'를 주최하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의 대표 격으로 언급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제외하고 '위안부'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단체를 아는가? 쉽게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이만큼 정대협과 정의연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 불변의 대표성을 띠고 있다.


그런 정의연이 2020년 5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를 계기로 기부금 횡령, 사기, 업무상 배임 등 다양한 의혹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30년을 함께 해 온 이용수 할머니의 내부 고발이기에 그 파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KakaoTalk_20210507_112425060_02.jpg 「2019년 8월 14일 서울 남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020년 5월 2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년간 이용당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할머니는 1시간 남짓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근 정의연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너무도 많은 생각 하지도 못한 것들이 나왔다. 다 검찰에서 밝힐 일이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윤미향(전 정의연 이사장) 당시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 대해서도 "30년을 하고도 하루아침에 배신했다"라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고, 윤 당선인의 향후 거취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죄를 지었으면 죄를 받아야 한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앞선 5월 7일 열린 1차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관련 단체들이 기부를 받아 정작 피해자에게 사용하지 않았다"라며 기부금 부정 사용을 폭로한 이후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정의연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전면에 세워 각종 모금을 진행했다. 일반 대중은 할머니들의 평안한 여생을 위해 쓰이길 바라며 기부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에게는 적은 금액이지만 모이고 또 모여 할머니들의 맛있는 밥상, 따뜻한 잠자리, 편안한 삶에 쓰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금액이 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지지와 응원의 마음은 "피해자를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라는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으로 돌아왔다.


KakaoTalk_20210427_163614376_03.jpg 「2020년 5월 29일 윤미향 당시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국회에서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생활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다"라며 항변했지만, 일반 대중의 인식과는 꽤나 거리가 먼 답변이었다.

북한과의 연대, 국제사회 연대사업, 시민사회활동가 자녀를 위한 장학금 마련, "단단한 남성 카르텔과 국가권력"의 타파, "굳건한 남성 중심 권력구조의 해체"... 정의연이 추구하는 '정의로운' 운동의 방향성을 과연 일반 대중이, 특히 '수요집회'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초등학생, 중학생, 어린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정의연은 위와 같은 '우리끼만의 연대' 사업에 필요한 기부금 모집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낭독하고, 그들의 불행한 현실을 공개했다. 할머니들에 대한 '눈물'을 뽑아내기 위해 '성노예', '강간'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일본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고 어린아이들의 기부를 유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린 학생부터 저 멀리 국제사회의 의식 있는 시민들이 쌈짓돈이나마 기부를 이어온 이유는, 정의연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힘써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눈앞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우간다 내전의 피해자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눈먼 돈을 만들라는 게 아니라, 남성 중심의 권력 카르텔이니 뭐니를 해체하자는 게 아니라,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지방 골짜기에 '쉼터'를 짓고 고기를 굽자는 게 아니라, 큰돈을 내고 유럽까지 찾아간 어린 학생들에게 북한과 밀접한 인사를 만나게 하라는 게 아니라, 부디, 부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온전히 집중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아주 아주 적은 인원으로 30년 가까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해온 정의연의 활동을 기억하고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낸다. 정의연을 비롯한 한 사람 한 사람, 여러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그 누구도 일본제국이 저지른 참혹한 전쟁범죄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기부금 회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할머니들의 생활 지원에 모자람이 있었다면 더욱 꼼꼼히 살피고, 만약, 정말 만약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꺼이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불필요한 의혹과 문제들로 인해 정의연이 그동안 쌓아온 헌신적 역할이 폄훼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털고 갈 건 마땅히 털고 가야 다음 길이 열린다.


다음 원고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들이 하나둘씩 나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협력'이 강조되며 한일 관계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필시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평가 및 재정립이 화제가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의기억연대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정의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설움을 달래주고 그들의 평안한 여생을 위해 헌신해온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한 정의와 기억 그리고 연대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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