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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Oct 05. 2023

20. 칸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작품은 수없이 많지만, 페르난도 보테로가 1978년에 그린 '모나리자'는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모나리자 얼굴과 체형이 물에 불은 듯 퉁퉁해졌다. 모나리자는 싱긋 미소까지 짓고 있다. 


콜롬비아 화가이자 조각가인 보테로는 동물과 사람을 있는 힘껏 부풀려 표현한다. 그로 인해 풍만한 양감이 드러나고 생동감 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주인공들의 뺨과 턱은 에드벌룬처럼 부풀러 올랐지만 눈코입은 단춧구멍만큼 작다. 짧고 굵은 목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빵빵하게 부푼 인물들이 발레를 하고, 춤을 추고, 서커스를 한다.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그림도 보테로 주인공들과 닮은 느낌이다. 3차원 주인공이 2차원으로 평평해졌다고나 할까. 알머슨 그림에서 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둥그스름한 커다란 얼굴에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다. 그녀가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그네를 타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일상의 장면들이 그림으로 묘사되었다. 평면적이고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에머슨의 인물들은 작은 눈에 돼지 코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웃고 있다. 꽃과 나뭇잎으로 둘러싸인 에머슨의 주인공을 보며 함께 웃게 된다.



 모지스 할머니 그림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 국민화가로 불리는 모지스 할머니는 농부의 아내로 평범하게 살아가다 76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0살이 넘을 때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림엽서에 등장할 만한 정다운 시골 풍경을 주로 그렸는데, 그림 속 주택, 동물, 자연, 사람이 어찌나 빼곡히 채워져 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농부는 밭을 갈고, 아이들은 나무에 오른다. 젖소는 풀을 뜯고, 주부는 빨래를 하고 물을 긷는다. 칠면조를 잡고, 야외에서 결혼식을 하고, 다 같이 모여 바느질을 한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축제와 행사들을 그림 속에 촘촘히 담아낸 화가 모지스. 그림도 화가도 사랑스럽다.


 제품이 든 상자에 분홍색을 전면으로 내세운 칸쵸는 귀여움으로 승부를 거는 과자다. 핑크 상자 안에 든 과자라니 아이들이 얼마나 갖고 싶겠는가. 아이들은 핑크를 사랑한다. 표범인 핑크팬더가 사랑받는 이유는 핑크색이기 때문이다. 

송도에 사는 6살 조카 하율이는 수영장에 다닌다. 이번 주에 레벨 테스트를 하는데 테스트 등급이 핑크라고 한다. 


칸쵸는 이름도 깜찍하다. 칸쵸. 대체 칸쵸가 무슨 뜻이지? 

몽골 칭기즈 칸처럼 제왕을 뜻하는 ‘칸’(Khan)과 초콜릿 앞 글자를 딴 ‘쵸’를 합쳤다고 한다. 핑크빛 제왕 초콜릿이 천하를 지배하려나. 뭔가 억지스럽다. 칸쵸는 1984년에 롯데에서 처음 출시했는데, 회사에서도 이름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지 2004년 이름 짓기 공모전을 통해 ‘카니', '쵸니’라는 캐릭터를 선정했다. 이제 우리는 카니와 쵸니가 윙크를 하며 귀엽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칸쵸 상자 뒷면에 숨은 그림 찾기가 그려져 있었다. 칸쵸를 사서 연필로 하나씩 동그라미를 치며 숨은 그림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상자 뚜껑을 열면 안쪽에 정답이 있었고, 다 맞추면 흐뭇하게 칸쵸 포장지를 뜯었다.

집에서 토끼를 키웠었기에 동글납작한 칸쵸는 귀여운 토끼 똥처럼 보였다. 동그란 과자 등에는 귀여운 그림들이 프린트 되어 있었다. 어떤 그림이 많고 적은지 헤아리면서 흔한 그림이 그려진 과자부터 먹었다. 과자 안에 초코가 적당히 들어있던 칸쵸는 어린아이가 한 입에 쏙 넣기 좋은 간식이었다.


 지금도 아이들은 칸쵸를 좋아할까? 며칠 전 자료 조사를 위해 슈퍼에서 과자 코너를 기웃거리는데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한손에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한손에는 칸쵸를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을 보았다. 답은 주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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