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영어학원에서 일한 적이 있다.
동료 선생님 중 한 분이 캐나다 사람과 결혼했다.
남편이 출근한 후 그 선생님은 혼자 먹을 늦은 아침을 준비했다.
메뉴는 삼겹살.
삼겹살을 굽고 있는데 출근했던 남편이 깜박한 물건을 챙기러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거실에 앉아 삼겹살을 쌈 싸먹고 있는 아내를 본 남편이 깜짝 놀라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아침부터 이렇게 먹니?”
또 다른 선생님 한 분은 혼자 밥을 먹을 땐 싱크대에 서서 재빨리 먹는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혼자 먹는 데 차려놓고 먹으면 왠지 쫌 그렇다고 했다.
뭐가 쫌 그렇다고 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람들은 집에서 혼자 먹을 때 무얼 먹을까?
무얼 하며 먹을까?
나는 주로 평일 점심을 혼자 먹는다.
싱크대에 서서 먹지는 않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먹는다.
오븐에 구운 고구마, 야채 샐러드, 통밀 빵 한 개, 누룽지, 채수에 야채와 달걀 넣고 끓인 국.
금방 차릴 수 있으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자연스럽게, 채식 일상>에서 장유리는 말한다.
‘우리는 보통 하루 세끼, 한 달에 백 번의 식사를 하고 1년이면 천 번이 넘게 밥을 먹는다.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매일 택하는 음식들이 모여서 우리를 불편하게 혹은 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점심으로는 아이스크림 한통이나 케이크 두 조각을 먹을 것 같다.
혹은 컵라면이나 새우튀김.
매일 먹는 음식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걸 알기에 최고 좋아하는 음식 대신 그냥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한다(말은 이렇게 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조각 케이크를 먹게 된다).
점심을 먹으면서 신문을 본다.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도 듣는다.
우리 집 규칙 중 하나가 밥 먹을 땐 핸드폰 보지 않기, 책 읽지 않기라서
혼자 있을 때 딴 짓 하면서 밥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혼자 먹는 게 편하다는 사람도 많고,
혼자 먹어도 맛있다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보다 함께 먹을 때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