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와 모과 Apr 04. 2024

눈꽃과 벚꽃


창밖이 환하다.

늦잠을 잤나? 아닌데?

창가로 다가간다.

눈이다.

눈이 내리고 있다.

밤새 내린 눈은 산을 감싸버렸다.

3월 말에 눈이라니.

전날 강릉 경포 바닷가에서 맨발로 해변을 걸었는데.     


여기는 평창 한화리조트.

부모님과 함께 봄맞이 여행을 왔다.

숙박 대전 할인 쿠폰 적용을 받아 5만 6천원에 평일 숙소를 예약했다.

평창은 아직 겨울이구나.

양구에서 직업군인으로 나라를 지키는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넌 매일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보며 사니?”

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눈 치우느라 심신이 고달프다. 나한테 왜 이래. 여기는 4월에도 눈이 온다.”   

  

부모님은 베란다로 나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좋아하신다.

“해외 갈 필요가 없네. 하림아 저것 좀 봐라. 얼마나 멋지니.”



감탄하는 부모님을 지켜보며 커피콩을 갈고 커피를 내린다.

남편이 여행가서 먹으라고 만들어준 마들렌을 꺼내고 부모님이 드실 누룽지를 끓인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산을 바라본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아침을 먹고 차까지 마셨는데도 눈은 그칠 줄 모른다.

지금 길을 나서면 귀여운 내 붕붕이가 눈길에서 슬라이딩 할 위험이 있다.

엄마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신문을 읽으며 말한다.

“집에 일찍 가서 뭐하니? 여기서 눈 구경 실컷 하고 천천히 가자.”

가는 길에 들릴만한 여행코스를 준비했는데 소용없게 되었다.

가만가만 내리는 눈을 보다 다시 잠이 든다.     


11시. 눈이 그쳤다.

차를 타고 천천히 리조트를 빠져나간다.

나무에 쌓인 눈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후드득 떨어진다.

제설차가 지나갔는지 도로는 말끔해졌다.

길가에는 차가 한 대도 없다.

다들 자고 있나?



이천에 오니 해가 난다.

호운에서 점심을 먹는다.

내부가 작아 시간을 잘못 맞추면 평일에도 대기를 해야 한다.

생선구이가 메인으로 나오는 식당이다.

반찬은 적지만 하나하나가 맛있다.

양보다는 질을 원하는 아빠와 나에게는 딱 좋은 곳이다.

아빠가 맛있게 드시니 흐뭇하다.

엄마야 뭐 말할 게 있나.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 입구에 목련과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3시간 전에는 겨울 왕국에 있었는데.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속하는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