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까시나무
달콤한 꿀 향이 공기 중에 떠다닌다. 아까시나무에 주렁주렁 흰 꽃이 달리는 계절, 5월이다.
시어머님이 사시는 동네는 저녁 무렵이면 골목마다 아까시향이 진하게 퍼진다.
어머님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말씀하신다.
아까시 꽃은 발레리나처럼 피어있다.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가 한발은 땅을 짚고, 다른 한 발은 뒤쪽으로 쭉 뻗은 채 두 손을 하늘 위로 올린 모습이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아까시 나무는 양봉 산업에 큰 역할을 한다.
꿀 채취량의 70% 이상이 아까시나무꽃에서 나온다고 하니 귀한 나무임에 틀림없다.
* 입하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 팝콘이 주렁주렁 달린 이팝나무, 좁쌀이 잔뜩 달린 조팝나무, 동글동글한 쥐똥이 옹기종기 모인 쥐똥나무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흐른다.
사랑스러운 계절이 왔다.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동네를 산책한다.
나뭇잎이 조금씩 진해지고, 무성해진다.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나무 그늘은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자연 캐노피다.
놀이터는 본격적인 성수기에 들어갔다. 오후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아이들로 북적인다.
어두워져도 춥지 않다. 하천도 걷고 뛰는 사람들로 활기가 돈다. 공기 중에 행복이 둥둥 떠다닌다.
* 양파
햇양파가 나오는 시기다. 저장양파에 비해 당도가 높고 부드러워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양파는 생김새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채소다. 혼자서도 빛이 나지만 그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양파를 한 다발 사서 장아찌를 담갔다. 햇양파는 껍질이 얇아 손질이 쉽다.
양조간장과 효소를 2대 1로 섞은 후 양파를 썰어 담그면 끝이다.
고기나 전 같은 기름진 음식에 곁들이면 좋다. 밥반찬으로도 훌륭하다.
* 만남
가족 모임이 많아진다. 조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도 줘야 하고 양가 부모님도 찾아뵈어야 한다.
친구들 연락도 늘어나고 식사 약속도 틈틈이 잡힌다.
다들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었던 걸까? 화창한 날씨가 마음까지 환하게 펴는 걸까?
나뭇잎 색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한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너와 내가 만나기 딱 좋은 계절이다.
* 꿀벌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 바빠지는 곤충이 있다. 꿀벌이다.
극성수기를 맞아 여기저기 꿀벌이 붕붕거리며 일하는 중이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꿀벌 엉덩이는 귀엽다.
귀여운 꿀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수분 매개자인 벌이 줄어들면 과수원과 채소 농가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꿀벌을 만나면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가던 길 가야겠다.
* 장미 - 동네 아파트 담벼락을 장미가 점령했다. 5월의 꽃이라 불릴 만하다.
빨간 장미덩굴로 무성한 담벼락 앞에는 어김없이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다.
어릴 적엔 장미가 연약하고 금방 시드는 꽃인 줄만 알았다. 책에서 어린 왕자가 키우던 장미가 꽤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장미는 담장용 꽃으로 키울 만큼 튼튼하고 오래가는 식물이다.
뾰족뾰족한 가시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향이 적은 수국보다는 은은한 향을 듬뿍 머금은 장미에게 마음이 끌린다.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오스를 유혹하기 위해 사용한 꽃도 장미였다.
* 초당 옥수수
언젠가부터 초당 옥수수가 유행이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옥수수다.
달콤한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어 먹을 때마다 상쾌한 기분이 든다.
전자레인지에 몇 분 데운 후 먹어도 된다.
작년에 아빠가 인터넷으로 옥수수를 주문했는데 설익은 게 왔다고 했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여물지도 않은 걸 보내줬다고. 알고 보니 그게 초당 옥수수였다.
평생 찰옥수수만 드셨으니 오해할 만하다.
빈틈없이 알알이 박혀있는 일반 옥수수는 밀도가 높다. 반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이에 반해 초당 옥수수는 가볍다. 초당 옥수수는 수확한 후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옥수수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보자.
‘초당’이라는 단어 뜻처럼 최고의 단맛을 느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