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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못다 한 공부의 한(恨)을 메우다

그곳에는 한 많은 청년 귀신이 떠돈다는 오랜 유언비어가

  진정 스피치 강사는 나의 길이 아닌가? 나는 미래의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당시 서울 노량진에서는 공부의 한으로 자살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곳에는 한 많은 청년 귀신이 떠돈다는 오랜 유언비어가 있을 정도였다. 가족에게 돌아온 나는 상필이와 친구들과 진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모두가 결과를 예상했다면서 다른 길이 있을 거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나는 강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이 더 커져 결국 두 손을 들고 가족에게 선언했다.


“저, 스피치 강사를 포기하고 공무원 준비할게요. 강사는 최소 4년제를 나와야 하고 강의 경력도 있어야 기업체에서 불러준다고 해요. 제가 자격증은 취득했지만, 한국에서는 학력이 현실이에요. 그래서 공무원이 되어 20년간 일하면 연금이 나오니까 그걸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강사 활동을 하면 돼요.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강사 활동을 해도 되니까 그게 제일 안정적인 것 같아요,”


  가족의 표정을 보면 매우 상심한 듯했지만, 아무도 나를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아니, 내가 이렇게 돌아올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원망하지 않은 가족이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다.     


  나는 서면에 위치한 공무원 학원을 찾아가 상담하고 등록했다. 공무원 합격생의 준비 기간은 평균 3년이지만, 빠르면 2년에서 늦으면 5년 이상도 걸린다고 했다. 나는 공부에 대한 기초가 부족했기에 과연 몇 년이 걸릴지 두려웠다. 국어, 영어, 한국사, 기계설계, 기계공작, 금조 재료를 공부해야 하는데, 과목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팠다. 공무원 기술직 수험생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첫날, 엉덩이에 근육통이 생기고 허리와 목의 통증이 너무 심했다.


  무엇보다 수업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수준이지만, 나는 처음 듣는 내용을 익히고 암기해야 했다. 모든 걸 악착같이 절제하며 하루 15시간을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부족한 국어 어휘를 익히기 위해 화장실에 갈 때도 국어사전을 들고 다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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