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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공무원 수험생 4년으로 대학교 4년 전공대체

제대로 된 학습 과정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야겠다는 결심

  나는 공무원 시험을 만만하게 생각했다.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열심히 공부하면 대부분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실제 공부량은 어마어마했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국어와 한국사는 거의 90%를 암기해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고, 기계설계와 공작 과목은 기초적인 수학과 과학 지식이 있어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출제 수준은 대학 전공 수준이었기에 기계를 전공한 사람들은 쉽게 고득점을 받거나 유일하게 정답을 맞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상고 출신이라 더욱 기계에 관한 지식과 원리를 이해하기가 더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을 정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공부하고 강의를 잘한다는 강사를 찾아서 반복해서 들었다. 어쩌면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과의 논리적 사고가 발달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국어와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과 스피치의 기본 원리인 표준 발음과 표준어, 그리고 글쓰기 할 때의 문법과 문맥에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기억나다. 유명한 일타강사 유두선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발음을 잘해요. 그러니 기본적인 것은 무조건 암기해야 합니다. 또한, 자음은 혼자서 소리가 나지 않기에 모음이 결합해야 소리가 납니다. 그러니 모음의 원리를 알면 발음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순간 나는 놀랐다. 스피치 강사인 내가 이런 기본 원리를 모르고 있었다니 충격적이었다. 지난 스피치 학원에서는 단순히 큰 소리로 외치고 발표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나운서는 이런 기본적인 원리를 90% 이상 암기하고 있어서, 그들은 기본적인 국어학의 지식을 몸에 익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어능력평가 1급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사는 외국 세계사와 연결되어 있어 인문학과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듣고 또 듣다 보니, 나중에는 전체적인 틀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깨달음을 얻으면서 여러 감정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겉핥기식으로만 배워왔는지, 얼마나 피상적으로 접근해 왔는지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동시에, 제대로 된 학습 과정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이렇게 느끼는 것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더 깊이 배우고, 더 나은 강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도 강하게 솟아올랐다. 이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나는 앞으로의 학습 과정을 진지하고 철저하게 임할 준비가 되었다.     

  어느 날, 상필의 형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에게 용접사 자격증을 따서 군무원 용접 직렬로 가는 것이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 말에 확신을 얻은 듯, 바로 창원 기능대학교 직업학교에 입학하여 자격증을 따고 1년간 공부한 끝에 기술직 공무원에 합격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놀랐다. 공무원 시험을 어떻게 1년 만에 합격할 수 있지? 보통 기술직 합격 점수는 80~85점 정도 되고, 행정직은 92점 정도이다. 나는 2년을 공부해도 점수가 고작 중간 수준일 뿐이었다. 속상했지만, 용기 내어 그에게 공부 방법을 물었다. 알고 보니 상필의 형은 10년 전인 20대 때에 3년간 경찰관 시험을 준비했었다고 했다. 그 기본기가 있었기에 군무원 시험을 1년 만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공부는 기술이며 요령과 전략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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