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65화>#무의식에서 원하는 강렬함

그날 밤, 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밤을 샜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의를 시청하고 있는데, 순간 강의를 너무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일었다. 끝내 참지 못하고 무작정 부산 영광도서에 전화를 걸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책 저자 강연회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 시민을 위해 스피치와 리더십 콘서트를 개최하고 싶다고, 나의 바람을 전달했다. 그랬더니 수화기 너머로 팀장이 아주 밝은 목소리로 미팅을 제안해 주었다.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강사님이 무료로 강의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저희 회원이 약 1만 명 정도 되는데, 사람들을 모아 드리겠습니다. 강사님은 소통, 리더십, 자기계발에 관한 강연을 해주시고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시면, 강연이 끝난 후 사람들이 그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러면 저희는 매출이 증가하고, 강사님은 강연을 하실 수 있으며 1층부터 4층까지의 매장에 강사님 포스터를 게재하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획기적인 제안이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그 후, 강연을 진행했는데 100여 명이 참석했다. 그 당시 나는 수험생 신분으로 부산 영광도서에서 스피치와 리더십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반응은 매우 좋았고, 영광도서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더욱 지원해 주었다. 10회의 강의를 지원하겠다며 추진해 달라고 한 것이다. 나는 청중들 앞에서 내가 자신 있는 강의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에 가족과 주변 친구들은 나에게 비판적이었다.


“해야 하는 공부는 안 하고 강의를 다니다니, 이해가 안 된다. 공부든 강의든 하나만 선택해야지. 네가 공부한 지 벌써 4년이 다 되었어!”     


5회째 무료 강의를 진행한 날이었다. 청중 한 명이 다가와 감동적인 강의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에너지 넘치는 강의를 계속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에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의아해하며, 누가 봐도 공무원보다 스피치 강사가 천직인데 왜 직업을 바꾸려 하냐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갈림길에 서서 어떤 길이 나의 길인지 고민해야 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해야 할 일을 해야지!”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강의를 무료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되어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에 맞서야 했다.

결국 나는 영광도서에 전화하여 무료 강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동영상 강의를 시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에 집중하려 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강의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지워지지 않았다. 연필을 쥔 손이 파르르 떨려 왔다.     


친구 석문을 만나서 소주 한 잔을 했다. 그 친구의 직업이 공무원이기에, 직접 만나서 어떤 것이라도 묻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어떤 것이라도 꼬투리를 잡아서 내가 공무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남호야, 네가 원하는 게 강사라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알 거다. 하지만 넌 고졸 학력에 지금 빈털터리잖아. 공부 4년 하면서 그나마 모아둔 돈을 거의 써버렸고, 용접 일을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경기가 안 좋아서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는다더라. 그러니, 싫어도 공무원 준비를 계속해야만 해. 힘내라, 남호야. 정신 차리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라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석문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애써 잡을 만한 꼬투리, 그딴 것은 전혀 없었다. 머리로는 이미 다 안다. 하지만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꽤 마신 술을 깨기 위해 화장실에 들렀는데, 벽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그 일을 하라.

- 엘리너 루즈베르.』         




실제 화장실에서 본 문구

순간, 가슴속에서 어떤 기운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 그것은 바로 스피치 강사와 심리코칭 컨설턴트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가게로 돌아가 석문을 데리고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곤 벽에 붙어 있던 종이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것 봐! 역시 나는 강사 일을 해야만 해! 그 일이 바로 내 길이야!”


그날 밤, 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밤을 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력과 스펙을 제외하고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답은 하나였다.


“그것은 심적으로 힘든 사람들의 결핍을 행동 치료적 훈련으로 변화시키는 일! 바로 심리코칭 컨설턴트가 되는 것이야!”

이전 23화 <제64화>#공시생 합병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