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비참하고 아픈 추억은 더 이상 나를 속박할 수 없다
드디어 중학교 졸업식 날이 왔다. 그러나 아무도 나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 않았다. 병관이부터 지양이, 그리고 짝지인 연정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친구들의 그런 반응에 나는 상처받기보다 오히려 독을 품었다.
‘두고 봐라. 지금은 내가 이리도 비참하지만 언젠가는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졸업식에 와 준 친누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내 중학교 졸업 사진에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없다. 나는 상업계 고등학교 입학을 3주 앞둔 때부터 주산, 부기 학원에 다녔다. 당시 학원에서는 매년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하여 참가한 학생들에게 상품을 주고, 1등을 하면 수강료도 할인해 주었다. 나는 그 소식을 접하곤 도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상품이나 수강료 할인보다도 나의 스피치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앞으로 친해질 친구들에게 나 이남호를 널리 알릴 너무 좋은 기회였다.
신입생 환영회가 있던 주말, 약 100여 명의 남녀 학생들이 행사장에 모여들었다. 환영회에 참가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설레면서도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물론 나도 너무 떨려서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정도였다. 장기자랑이 활기차게 시작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자! 다음은 경남상고 신입생 이남호 학생의 순서입니다. 심신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를 부르겠습니다!”
나는 지난 용두산 공원에서 나에게 용기와 힘이 되어 주었던 경찰관 아저씨와 고등학생 형들을 떠올리며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그러곤 미리 준비한 선글라스를 낀 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리움 두고서 가지는 마아~ 나 홀로 있으면 외로운데~”
나의 모습을 본 선생님과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깔깔깔 웃고, 까아악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러자 떨렸던 마음이 되레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훈련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내 세상 같았다. 모든 게 이대로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고민하는 일은 없을 텐데….
“그대여! 그 마음속에 이대로 나를 담아 둘 수 없는가~ 그대여!”
“쟤 누구야? 진짜 웃기다!”
“와! 대단한 자신감인데?”
“쟤가 경남상고 신입생이라고? 아하하! 최고다!”
여기저기서 찬사의 말이 들렸다.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반응을 살피던 나는 생각했다.
‘그동안의 비참하고 아픈 추억은 더 이상 나를 속박할 수 없다. 나는 다시 태어난 이남호다! 지난 3년은 괴로웠으나 앞으로의 3년은 내게 미래의 전성시대를 약속한다. 그대들이여, 나를 기억해 두어라.’
그 후, 학원에서 내 명성은 빛났다. 학원 안에서 나와 마주치는 아이들은 무조건 웃음을 지었다. 그 반응은 나에게 자신감을 유지시켜 주었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의 웃음은 전달되어 나 역시 웃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