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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실전 훈련 테스트2

MBC 방송국 체험 : 보물처럼 빛나는 경험

실전 훈련 테스트1

  고등학생이 된 나는 일부러 맨 앞자리를 고수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면 자발적으로 칠판을 지우고 지우개를 털곤 했다. 반 친구들에게 나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수업 시간이나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킬 때에도 손을 번쩍 치켜들며 “저요!”를 외쳤다.     


어느 날, 학원 선생님이 KBS 방송국에 견학을 갈 기회가 생겼다며 참가자 신청을 받았다. 나는 그곳에서도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서 제일 처음으로 참가자 신청을 했다.

드디어 방송국에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까지 약 100여 명이 방송국 녹화장에 도착해 방청객석에 앉았다. 프로그램 녹화가 시작되기 전에 대기 중이던 아나운서가 방청객석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오늘은 학생들이 많이 왔네요. 잠깐의 시간이 있는데, 무대로 나와서 자신 있게 자기소개를 해볼 친구 있나요?”


그러자 녹화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아무도 나서서 자기소개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쿵! 쿵! 쿵!


순간, 내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신입생 환영회 때와 같이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용기 있게 자기소개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난 중학교 시절, 사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복판에서 두 주먹을 꼭 쥐고 해냈던 첫 훈련을 떠올렸다. 입 안이 마르고 식은땀이 나고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떨렸으나 ‘처음은 누구에게나 힘들다’란 생각으로 용기 냈던 그때를 말이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러곤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저요! 제가 해보겠습니다!!”

우렁차게 울리는 목소리에 100여 명의 눈동자가 나에게 집중되었다. 아나운서도 나의 당당한 모습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어떤 학생이기에 이리 당당히 손을 들었을까요? 참 대단한 용기네요! 무대로 올라와서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1차 관문은 통과했으나 2차 관문이 남은 느낌이었다. 아까는 손이 안 움직이더니 이번엔 다리가 안 움직였다. 아, 어쩌자고 자진해서 손을 들었을까. 속으로는 끊임없이 ‘할 수 있다’를 외쳤으나, 현실에서는 내 다리가 아닌 듯 전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여러분! 이제 곧 녹화 시작합니다! 모두 착석하고 집중해 주세요!”


그때 PD로 보이는 여성이 급히 등장하여 녹화가 시작될 거라는 소식을 알렸다.

“아, 학생, 아쉽네요. 자기소개를 하겠다고 용기 냈는데 못하게 되었네요. 다음에 기회 되면 그때 꼭 들을게요.”


나는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후회와 뜸들이지 말고 바로 나섰어야지 하는 자책이 공존했다.     

이날의 경험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피하거나 몸을 움츠리지 않고 두려움을 떨쳐내려 노력했다. 내 자신을 믿으며 도전하는 용기를 길러낸 이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현재도 어려운 순간이 오면 ‘처음은 누구에게나 힘들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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