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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찐만두집 아저씨

길거리 훈련을 한창 열심히 하던 당시에 가장 심하게 반대한 사람이

찐만두 아저씨     

2004년 유난히 추웠던 어느 겨울 날, 오랜만에 막내 누나랑 남포동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길을 걷다가 어렸을 적 자주 먹었던 익숙한 찐만두 향에 나도 모르게 만둣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누나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만두를 주문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아무 대답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서 있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싶어서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자, 그제야 사장님은 꿈에서 방금 깨어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15년 정도 전에 여기서 연설 같은 훈련을 하지 않으셨나요?”

누나와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서로를 마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분 맞죠?”

사장님이 다시 내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맞구나! 와,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때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어른이 되셨네요. 요즘도 그런 훈련을 계속하세요?”

“아니요. 이제는 대중 강연을 하고 있어요.”

“아~ 결국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셨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나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별말씀을….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만두 2인분을 접시에 담아서 테이블로 가지고 왔다. 나는 순간 호기심이 일어 사장님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예전에 제가 하던 훈련을 요즘도 하는 사람이 있나요?”

“훈련요? 없어요. 이젠 아예 안 보여요. 몇 년 전에 아주 가끔 5, 6명 정도가 모여서 훈련하는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인 것 같네요. 그런데 정말 형편없었어요. 학생처럼, 아, 이젠 총각이지. 하하하. 총각처럼 그렇게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예전의 그 꼬마가 그립네요. 하하하.”

감회가 새로워진 나는 그때를 회상하느라 말이 없었지만, 막내 누나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의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지는 게 불편해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왜냐하면 길거리 훈련을 한창 열심히 하던 당시에 반대한 사람이 바로 누나였기 때문이다. 누나는 당황하며 미소를 짓고 나를 쳐다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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