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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Nov 06. 2023

나 자신은 내가 제일 모른다

살아보니 깨닫게 되는 진리(?) 같은 것이 하나 있다. '나 자신은 내가 제일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속이 답답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때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타인 앞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나는 왜 그렇게 나 자신을 몰라서 헤매는 걸까?


어쩌다 보니 인생 최대 난제는 '무엇을 잘하는가?'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물음인 듯싶다.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나마 답하기 수월하다. 그럼에도 때론 이 질문조차 누군가의 가치 평가가 매겨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순간 쉽사리 답을 할 수 없다. 마치 나 자신을 상대로 취조하듯 질문을 곱씹게 된다. 


'나 자신아! 넌 대체 뭘 좋아하니?'


보이는 삶이 보편화된 요즘 호불호조차 솔직하게 말하기가 불편해졌다. 다수 또는 시류의 흐름과 다른 선택을 할 경우 마치 혼자만 무인도에 갇힌 듯한 고립감을 경험하기 쉽다. 그나마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집단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집단에 있는 경우 소위 왕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타인에 의한, 외부 환경에 따른 선택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조차 헷갈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번엔 '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돌아보면 '잘하는 것'을 쉽사리 이야기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기준이 너무나 모호했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에는 언제나 '사회적 인정'이라는 측면이 개입된다. 방구석에서 나 혼자 잘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소리다. 무엇이 되었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니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인 듯하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굳이 답을 해야 했던 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기억 속엔 취업 준비할 때가 전부였다. '취업'이라는 대 전제가 깔리니 뭐든 진실한 답을 섣불리 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난제가 그나마 가벼워진 것은 재능에 대해 재정의를 내리고 난 뒤부터다. '재능은 곧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상위에 있는 것.' 기준이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내 안에 있는 것들과의 비교 우위로 바뀌니 이제야 잘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한결 수월해진다.


솔직히 이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퇴사를 하고 삶의 숙제를 풀어가기 위해 고민했던 지난 2년 동안 오롯이 나에게 집중했고 그 덕에 내가 가진 재능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었다. 


개개인의 삶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쉽사리 공유되는 시대에 어쩌면 '나'를 내가 제일 모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모르긴 몰라도 갈수록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더해본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겠지만 솔직히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나를 알고 싶다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돈벌이, 남들의 인정,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가치 판단을 다 내려놓고 우선 가장 정직한 답을 적어 보는 것이다. 분명 그중에 유난히 마음이 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실마리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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