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라는 이름의 흰 고래

현실이라는 허들을 넘어야만 이룰 수 있는 비현실의 삶

by 알레

꿈을 꾼다.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거야!’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이곳이 아니야!’

‘그래, 난 떠나겠어!’


심장이 뛴다. 마구 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일이라도 당장 새로운 일들이 마구 일어날 것만 같아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고 싶다.


보통 나는 이러한 생각 들을 ‘비현실’이라는 단어에 가둬두고 살아왔다.

stella-jacob-4lSz1Jv0Vkc-unsplash.jpg '비현실'이라는 단어로 묶여버린 나의 꿈을 이야기할 때 내 모습은 허공을 향해 손짓하는 뒷모습과 같이 우스웠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


우리들은 대부분 나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기에 바쁘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에게 커리어를 통한 나의 성장이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잘못된 명제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한참 뒤에나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모두를 일반화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대개 커리어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 낸 사람들을 보면 10년 차 이상의 근무자들이나 적어도 5년 이상은 직장 생활을 겪어본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나온 시간에 대해 '커리어의 성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의 삶은 대부분 그저 하루를 살아내기에 바쁘다.




언제나 흰 고래처럼 등장하는 현실


오래된 비디오 게임 중 버블보블(Bubble Bobble)을 좋아했다. 2D 그래픽에 아날로그 사운드. 공룡 캐릭터가 열심히 거품을 쏘아 적들을 물리치는 게임이다.


정확히 몇 분의 시간인지는 모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악은 빨라지고 위기감이 고조된다. 역시 위기감이 극대화되는 순간은 흰고래가 출몰하면서부터다.


흰고래는 물리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기존의 적들을 빨리 없애는 수밖에 없다.


흰고래.jpg 흰고래가 등장했다. 서둘러야 한다. 죽지 않으려면.


퇴사 후 원하는 삶의 방향을 떠올리며 한 참 흥분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흰 고래가 등장한다.


- 그래서 앞으로 계획이 뭔데?
- 당장 뭐 먹고 살 건데?
- 가장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 다들 그렇게 견디며 살아.
- 견디다 보면 좋은 날도 오고 그러는 거야.
- 월급 따박 따박 나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 네가 배가 불렀구나.


애석하게 늘 흰 고래를 대적할 방법이 없었다. 두근거리던 가슴도 이내 가라앉는다. 그리고 그냥 우울감에 빠진다. 깊은 한숨만 내뱉은 후 다시 현실을 살아가려 애쓴다. 그저 아직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것뿐이라고 자위한다.


현실을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흰 고래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언제까지 흰 고래가 나타나면 결국 게임 오버가 되는 상황을 반복해야

aaron-blanco-tejedor-VBe9zj-JHBs-unsplash.jpg 아무리 머리를 부여잡아봐야 부딪혀보지 않으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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