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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an 15. 2024

나를 찾는 건 잃어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육아 아빠로 살아간 지 3년이다. 직장인에서 전업 육아 아빠가 되니 유독 육아 중인 엄마들의 마음이 와닿는다. '육아맘'이라는 역할을 입고 나니 삶의 우선순위가 '나'에서 '아이'로 바뀌어 버렸고 정신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점차 나에 대한 상실감에 빠져 뒤늦게 '나'를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아빠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나 역시 그런 과정 중에 있으니.


'나' 우선의 삶과 '육아' 우선의 삶은 언제나 부딪힌다. 어떤 것에도 선뜻 우선순위를 양보할 수 없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서 괴롭다. 그럼에도 고민 끝에 육아에만 전념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모성과 부성은 51%일지언정 언제나 아이에게 조금 더 향하게 된다.


육아 중인 부모의 이야기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다'는 메시지는 단골일 만큼 자주 등장한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잃어버리는 것이 전부일까? 어쩌면 이전까지 나를 안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던 시간에 육아가 파장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솔직히 나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나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본 적이 없다. 너무 익숙하고 너무 당연했기에 나는 나를 안다고 생각했다. 굳이 알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삶에 대한 모든 고민의 시작은 아빠가 되면서 시작되었다. 평생에 걸쳐 들여다 봐도 알기 어려운 게 사람 속이라는데 이제 겨우 3년이니 어쩌면 감이라도 잡는 게 다행일 거다. 나를 보다 명확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갈수록 마치 지나온 시간이 '잃어버린 시간'으로 다가왔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애쓰지 않았던 건데.


어떤 감정 상태든 원인이 있으면 조금은 감당할만해지는 법이다. 나는 상실감의 원인을 육아에 짊어지웠을 뿐. 돌아보니 확연해지는 건 육아는 상실의 문을 열어준 게 아니라 나를 알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아이'라는 맑고 투명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이기심으로 가득했고 이유 없는 자존심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의 연약함을 마주하는 건 꾀나 버거운 일이지만 그제야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어른을 진짜 어른답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아이가 소중하다. 나의 DNA를 그대로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모습에서 나의 민낯이 보일 때면 낮은 한숨을 깊게 내뱉는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육아야말로 최고의 자기 계발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 순간에야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사실 농담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코치에게 코칭을 받는다 해도 내 아이라는 거울에 비춘 나를 바라보는 것만 못하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잃어버렸다는 것'에 매이지 않으려 한다. 그보단 '나를 올곧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재정의해 본다. 나를 찾기 위해선 잃어버렸음을 아는 것이 시작이다. 그다음은 나에게 질문하며 나아가는 것이 전부다. 이제는 상실감보단 기회로 여겨보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 맞닥뜨릴 여정을 잔뜩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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