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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11. 2024

"건행"이 덕담이 된 명절

가수 임영웅 님의 팬은 아니지만, 팬분들과 인사를 나눌 때 '건행'이라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들었다. 건강과 행복의 앞글자만 따다 '건행'이라 부르는 이 말이 이번 설 우리들의 덕담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대화의 주제가 점점 건강 쪽으로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건강을 깎아 먹었다는 소리고, 또 그만큼 내 주위에, 하나 건너 하나 정도의 관계에 건강을 잃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는 소리일 테니까.


이번 연휴 동안 유달리 체기가 가시질 않았다. 결국 손가락을 따기도 했을 만큼 답답했다.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그동안 잠을 늦게 자버릇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한 이틀 평소보다 약 한 시간가량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게 새벽 3시에서 2시로 당겨진 정도다. 물론 이 또한 늦은 시간이라는 건 알지만 나에겐 그만큼 많은 걸 포기하고 잠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무튼, 그렇게라도 수면 시간을 앞당겨 보았지만 생각만큼 컨디션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아니면 저녁을 먹고 나서 또다시 체기를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몸이 이지경이 되니 이젠 정말 내시경이라도 받아봐야 하나 싶다. 그러다가도 또 '뭐 그래봐야 역류성 식도염이겠지'라며, '며칠 일찍 자면 괜찮겠지'라며, 미루게 될 테지만. 


100세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겨우 40대 초반을 지나면서 건강 운운하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20대 때는 '아직 젊으니까' 하는 생각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뭣도 와닿지 않았다. 30대 때도 '아직은 젊다고 봐도 되니까' 역시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40대가 되니 '아직도 젊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어쩐지 이제는 건강 적신호로 접어드는 초기인 듯하여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는 경각심을 조금은 갖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 못지않게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왕왕 나누게 된다. 20대 때는 그저 청춘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 모자람이 없는 에너지로 세상을 씹어 먹을 듯했다. 30대 때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급감했다. 아무래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겪었던 대학원 과정이 '환골탈태'가 아닌 '환골골병' 상태로 만든 탓이 크다. 비록 에너지는 급감했지만 어쨌든 30대의 행복은 결혼 생활이었고 그토록 바라던 사회생활이었다. 


40대가 되니 묻게 된다. '나에게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이지?' 비교적 행복의 이유가 뚜렷했던 20대, 30대 때와는 달리 지금의 난 어떤 종류의 행복을 향해 가고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길, 내 아내가 많이 웃을 수 있길, 내 부모님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시길 바랄 뿐이다. 


'근데 그래서 나는? 나의 행복은 뭐지?' 


부러움의 대상들을 살피다 보면 그 안에서 바라는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내가 바라는 삶이 맞는 걸까? 수차례 되묻게 된다.


건행. 이제는 건강과 행복한 삶이 어쩌면 삶의 전부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건강한 행복이 삶의 전반에 지속되길 바란다. 어느덧 나의 삶에도 건행이 덕담의 옷을 입고 현실이 되어 매일 질문의 창을 두드리는 요즘, 음력 새해를 맞이하여 하루하루를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 하루도 고민을 멈출 수 없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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