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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r 06. 2024

미처 몰랐던 단조로운 삶의 이면

단조로운 하루가 흘러간다. 어느새 새벽 3시에 잠드는 일상도 몸에서 큰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적응이 되었다는 소리다. 삶이 익숙해지면 단조로움이 밀려든다. 다시 변화를 향한 갈증이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한다. 써놓고 보니 참 한 자리에 진득하지 못한 사람 같다. 우리 뇌는 효율화를 위해 최적화를 시킨다고 하는데, 왜 마음은 최적화된 효율을 거부할까. 그래서 이성과 감정은 같이 가는 듯 달리 움직이는 것 같다. 마치 해와 달처럼.


나의 단조로운 요즘 하루를 가만히 돌아봤다. 정확히 시간 기록을 한건 아니지만 아마 모름지기 제법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드라마를 보는 시간일 것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채널, 그리고 티빙에 가끔은 쿠팡 플레이까지. 참 다양한 OTT 플랫폼을 이용한다. 주로는 넷플릭스에 머물러 있지만. 


이렇게 말하니 꼭 덕후 같아 보이지만 그건 아니다. 다만 늘 새롭게 시작하는 드라마 중 몇 가지를 챙겨본다. 챙겨보는 드라마에는 공통 요소가 있다.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지, 연기자의 연기력이 괜찮은지, 연출이 스토리와 연기를 뒷받침해 주는지. 그냥저냥 귤 까먹으면서 희희낙락 보는 건 아니라는 걸 괜히 주장하고 싶다. 누구도 뭐라 한 적이 없는데. 아무튼. 스토리, 연기, 연출 3박자의 구성이 주관적 기준에서 괜찮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 드라마는 어김없이 챙겨본다.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니 대사도 눈여겨 듣는 편이다. 그렇다고 잘 기억하진 못하지만. 드라마도 결국 글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작가의 위트와 관점이 한몫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더욱 대사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극작가들은 어떻게 저런 표현을 꺼내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보통 16부작으로 구성되는 드라마는 호흡이 끊어지지 않도록 스토리를 끌고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기한 건 왜 늘 뻔한 스토리인데 그것에 감동을 받고 울컥하게 되고 분노하며 온갖 감정을 끌어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게 되는 걸까. 단순히 스토리만의 힘이라고 볼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의 작용 때문이겠지만 늘 당하는 기분이다. '뻔해도 넌 계속 보게 될 거야'라는 주문에 걸린 기분.


스토리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동이 틀 무렵까지 부동자세를 유지시키게 만들고, 하루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음을 기다리는 즐거움을 자아내기도 하고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중심에 설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나의 삶에도 그런 스토리를 꿰어 갈 수 있는 재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껏 나는 단조로움은 '자극 없음'의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아니었다. 에너지 절약 모드를 작동시킴으로 오히려 내적으로 더 많은 자극과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여력을 준다. 드라마를 통해서든, 책을 통해서든 창작의 샘이 마르지 않도록 나머지를 안정적으로 흘러가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단조로움이고 일상임을 깨닫는다.


결국 단조로움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관찰과 고찰의 시간을 거친 통찰의 삶이 지속되고 있음을, 글을 쓰는 날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만약 오늘 당신의 삶이 단조롭다 여겨진다면 그것을 지루함이나 탈피하고 싶은 상태로 치부하기 전에 창작의 샘에 가보자. 모르는 사이 무언가 차오르고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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