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Aug 06. 2024

문장에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3번째 시즌을 봤다. 브리저튼은 16세기 영국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다. 브리저튼 가문이 중심이 되어 당시 사교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드라마 속에는 중요한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바로 '레이디 휘슬다운'. 그녀는 익명의 소식통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직 펜 하나만으로 고명하신 고관대작들부터 왕비까지 모두의 이목을 휘어잡는다. 결국 그녀의 글은 하나의 권력이 되었고 글 속에 등장하는 가문은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하거나 심할 경우 명예마저 훼손되고 만다.


3번째 시즌에서는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다. 알고 보니 그녀는 누구에게도 집중받지 못했던 존재였다. 그녀의 존재는 오직 '레이디 휘슬다운'의 펜을 빌어야만 세상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드라마의 끝은 해피엔딩이다. 그녀는 본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했고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며 정체를 드러내고 이제는 공식적인 소식지를 발행하는 삶을 살게 된다.


오늘은 <댓글부대>라는 영화를 봤다. 배우 손석구 씨가 기자 역할을 하며 어느 대기업의 여론전담 부대를 취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영화다. 장강명 작가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속에서도 글이라는 무기 하나로 여론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글은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한다.


두 작품을 보며 묘한 설렘을 느꼈다. '글'이라는 게 이렇게 힘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희열감 같은 감정도 느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글이 주 무기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글은 늘 내 안으로만 향해있었기에 가닿는 범위는 넓지 않았다. 그저 어느 무명작가와 같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꾸준한 출간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니 영향력이라고 할만한 건 미미한 정도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에겐 '글'이 무기임에는 틀림없다고 믿는다. 적어도 나에게 제안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글'과 관련된 것이니까. 지금 두 달이 넘도록 하고 있는 프리랜서 블로그 작가일도 글쓰기라는 검증된 부분이 있었기에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퇴사하고 3년간 글쓰기를 이어오면서 글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 그래서 내 나름 '글로벌 라이프(글로 돈을 버는 라이브)'라는 네이밍도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괴리가 컸다. 누군가가 하는 말처럼, 돈이 되는 글쓰기를 하지 않고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한 걸 참 늦게도 알았다.


블로그 작가도 그래서 시작했다. 적은 금액이라도 글로 돈을 벌기 위한 나름의 상징적인 선택이었으니까. 


오늘 같은 분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이번엔 비즈니스를 같이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도 1인 사업을 하는 중이라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고, 본인이 판단했을 때 나는 글쓰기에 부담이 없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SNS채널도 운영할 줄 알기에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와우!'


뜻밖의 제안을 받아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또다시 스멀스멀 나를 제한하는 내면의 스토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너 마케팅 하나도 모르잖아?' '괜히 한다고 했다가 너만 끌려 다니는 거 아냐?' '잘 생각해. 그거 진짜 네가 원하는 거 맞아?' '너 지금이 편한데 왜 굳이 맨땅에 헤딩을 하려고 해?' '너 할 줄은 알아?'


또 '와우...'


요즘 코칭을 해주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하나씩 질문을 건네줬다. 질문에 답을 해나가다 보니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퍼스널 브랜드 스토리 라인에서 '모험'에 해당하는 부분에 오늘의 일을 기록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함께 받았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뒤 그분께 연락을 드렸다. "내일 만나시죠."


나는 글에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말이다.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정말 강력한 힘이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연인을 만들 수 있고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매출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그래서 강력하다.


공통점은 어느 방향인지는 차치하고 일단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의 글에는 어떤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일까? 아니, 나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을까? 잔잔한 감동부터 행동을 유발하는 문장의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브리저튼>의 '레이디 휘슬다운'처럼, <댓글부대>에 등장하는 '여론 전담팀'처럼. 참고로 영화 <댓글부대>의 여론 전담팀의 도덕성은 일단 배제하고 오직 '문장의 힘'이라는 측면만 이야기하는 것임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


이번 프로젝트 경험이 새로운 지경을 넓히는 경험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이 될 것 같고 따라서 많이 헤맬 테지만 더 성장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그만 쪼그라들고, 제한적인 생각들은 그만 좀 올라오고 내일 기대하는 마음으로 미팅을 해보자!



이전 27화 내가 원하는 삶의 목적지를 향한 첫 발을 내딛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