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정원, 한옥.' 오늘의 키워드가 정해졌다. 아내와 북촌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오랜만에 외출을 한 지금, 투어 시작을 20분 남겨두고 오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아내에게 떠오르는 단어 아무거나 3개를 이야기해보라고 했더니 세 가지 단어를 제시했다.
지난번 서촌 투어 때고 그렇고 북촌도 꽤 오랜만에 와보는 곳이다. 한 때는 삼청동 부근에서 종종 데이트를 즐겼던 터라 북촌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 동네가 왜 이리 생경하게 느껴지는지. 안 그래도 집에서 나서기 전에 오래전 가끔 들렀던 칼국수 집이 떠올라 가보기로 했다. 웬걸, 앞에 대기 줄을 보니 무슨 공연장 웨이팅인 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정독 도서관 인근의 골목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현대식 예스러운 건물들마다 가게나 식당, 카페가 곳곳에 위치해 있어서 고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점심을 해결한 뒤 도슨트와의 만나는 시간 전까지 카페에 머무르기로 했다. 한참 사람이 몰릴 시간이라 자리가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일어나는 분들과 타이밍이 맞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내에 있는 테라로사 카페는 창 너머 탁 트인 정원이 시야를 시원하게 한다. 멋들어진 조경이 된 정원은 아닌 광장에 가깝지만 미술관 건물에 둘러 쌓여 있어서 그런지 이마저도 예술적으로 다가온다.
테라로사는 워낙 유명한 카페라 커피를 고르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단지 '뜨거운 거? 아니면 차가운 거?' 양자택일의 순간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제는 '현대식 예스러움'으로 설계된 건물들이지만 그래도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 와보면 한옥스타일의 건물이 많아 평소와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아무래도 경복궁을 비롯하여 인근에 궁과 사적지가 많이 있어서 그런지 한옥 양식의 건물이 도처에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북촌 한옥마을도 있으니 여러모로 옛것과 새것의 어우러짐이 걸어 다닐 맛을 더한다. 여기에 날씨마저 뒷받침해주니 금상첨화다.
이런 곳에 오면 가끔 상상을 해본다. '실제 조선시대의 경복궁 주변 거리는 어땠을까?' '지금은 높은 건물들이 시야를 가리지만 그 시절엔 한눈에 멀리까지 보였을 텐데.' 근데 또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걷기 좋았을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그저 겪어보지 못해서, 거슬러 갈 수 없어서 되려 낭만적인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가끔 한 번쯤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한옥집에 머물러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언제고 붐비는 북촌, 서촌 길을 발길 가는 데로 유유자적 걸으며 마음껏 상상을 해보는 시간도 꽤 재밌을 것 같다. 해가 질 무렵엔 툇마루에 걸터앉아 작디작은 정원에 핀 꽃과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역시나 조선시대의 풍경을 상상하듯 제멋대로 낭만적인 풍경을 떠올려 본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오늘 하루 날이 좋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