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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rce Dec 31. 2020

인싸와 아싸라는 것

올 한 해는 코로나 때문에 다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고 원래 연말에는 우르르 다 같이 한 번 씩 보는 것이 일상적인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할 수 없었던 한 해였다.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엔 거리는 한산했다. 내 친구들 중에는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인싸 중의 인싸인 친구들이 많다. 새로운 사람들과도 쉽게 어울리곤 한다. 하지만 올해 따라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이니 모두가 그런 활동 자체를 줄여나가야 했다.


물론 아싸 중의 아싸인 나도 이런 시국이 조금은 힘들었다. 난 원래도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어려움을 겪고, 나이가 들면서는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많이 뒤통수를 맞으며 사람 자체를 경계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런 내가 코로나로 더욱더 집에만 처박혀 있게 되었다. 아싸인 나조차도 이렇게 답답한데 인싸인 친구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이런 게 코로나 블루인가. 20대 여성 자살률이 높아졌다던데 그래서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도 경미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이것도 코로나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내가 집에서만 있다고, 밥도 잘 안 먹는다고 하니까 자꾸 밖에 나가고 친구들을 만나서 사람과 좋은 경험을 쌓으라고 하셨다. 근데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밖을 걷기에는 추운데 카페도 테이크 아웃밖에 안되고, 식당도 불안하고. 결국 집에서 봐야 하는데 집에서도 4인 이상 모이면 안 된다고 한다. 그 조차도 모이기가 두렵다. 내가 괜히 무증상자인데 친구들에게 옮길까 봐 무섭기도 하다. 그냥 다 두렵다.


이렇게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에는 이런 상황을 조금 즐기던 시기도 있었다. 이제야 아웃사이더들의 세상이 온건가 하면서.. 물론 사람들이 아프고, 사망하는 이런 상황이 긍정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어쩔 수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자유로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아마 내 안의 아싸가 그런 상황을 꽤나 즐겼던 모양이다. (여행 갈 때 비행기 안에 박혀있는 것을 좋아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회사는 지금 쉬고 있지만, 11월까지 다녔을 때만 해도 난 회사에서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회식이 반가웠고, 간식 타임, 회의 등등을 각자의 자리에서 가지는 그런 문화에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물론 재택근무까지 하면 너무 좋았겠지만, 우리 회사는 끝까지 재택근무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는 없었다.


우연히 봤던 재밌는 짤이 생각났다. 원래 집에만 처박혀있는 사람들은 게으르고 무기력한 사람 취급당했는데, 2020년에는 갑자기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어른으로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하) 그 성숙한 어른처럼 보이는 것이 나였으리라.. 하지만 단지 나는 천성이 모이는 것이, 나가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예외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나누는 문화가 생겨났다. 그러고 보면 나는 대학교 2학년쯤 까지는 늘 인싸의 계열에 속했던 거 같다. 고등학생 때도 늘 반에서 제일 인기 있는 친구들과 놀았고, 대학교 와서도 어쩌다 보니 늘 좀 인기 있어 보이는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다니곤 했다.


그래서 어릴 때 친구들은 내가 나 자신이 아싸 인 것 같다고 하면 늘 무슨 소리냐며, 말도 안 된다고 하기도 한다. 뭐 그들의 기억 속에는 내가 인싸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싸는 언제나 인싸일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나는 대학교 2학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급 아웃사이더가 되었는데, 뭐 여러 사건을 겪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동기와 큰 다툼이 있기도 했고, 교회를 나간다며 점점 교회 외의 모든 일정을 소홀히 하기도 했었다. 또 하나, 나는 익히 밝혔듯 인턴 비슷한 일을 대학시절 병행하였다. 그 당시 나처럼 어린 학생은 그 인턴 집단에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그 집단 안에서 늘 약자였고, 같은 잘못을 해도 더 혼이 나기 일수였다. 난 그 집단에서 언제나 소수민족처럼 살아갔고, 주류를 이루는 그들과는 절대 친해지지 못했다.


처음에는 처음 겪는 아싸의 삶에 고독함을 느꼈다. 동기들과는 다 멀어져서 늘 과실에선 혼자였다.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어서 아무 무리에나 끼어서 밥을 먹거나 혼자 삼각김밥을 사 와서 먹곤 했다. (바쁜 척하면서)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런 시절을 거치면서 점점 아싸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 전에는 늘 어떤 주류의 무리에 함께해야 자신감이 넘쳐지는 듯한 그런 기분으로 살았다.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주류에 들기 위해서 나 답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하고, 내가 그들 때문에 상처 받아도 모른 채 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저런 상황의 변화들로 아싸라는 새로운 세계에 살게 되자, '꽤나 괜찮잖아?'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주류에 있으면 어쨌든 나답지 못했다. 나는 나인데, 계속 주류의 사람들의 장단을 맞춰줘야 했다. 남을 욕하면 그러려니 같이 욕은 못해도 들어는 줘야 했다. 술을 먹는 것보다 집에 가고 싶어도 술을 먹으러 가야 했다. 내 할 일이 급한데 미뤄두고 모임에 나가야 했다. 난 좋아하는 사람들 챙기기도 시간이 부족한 사람인데 인싸의 삶은 그렇지가 않았다.


인싸가 늘 좋지만은 않다는 것은 아싸가 되니 오히려 잘 보였다. 무리는 늘 몰려다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일단 눈에 잘 띈다. 그들이 하는 행동들은 늘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 조금만 이상행동을 보여도 더 크게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항상 같이 무언갈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성과도 그들의 인싸력에 가려지기도 한다. 같이 해서 그런 거잖아. 라인 타서 잘된 거잖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싸는 그런 영역에서 자유롭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내가 누구 덕을 봤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사람들이 잘 안 한다. 흠, 그렇게 생각할 사람들은 하더라. 하지만 난 적어도 내 행동에 늘 떳떳했다.


결론적으로 인싸니, 아싸니. 뭐가 더 좋다. 이런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저 다 성향일 뿐이다. 어차피 사람의 인생은 길고 언제 인싸가 아싸 되고, 아싸가 인싸 될지 모를 일이다.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그 두 가지 모두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둘 다 겪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단지 어릴 때의 나처럼 굳이 인싸가 되기 위해서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인싸들도 조금은 인싸력을 자제하고 아싸의 즐거움에 동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싸라고 늘 고독하고 어둡고 음울한 것이 아니니...(왜 쓰면서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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