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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달리기

8월에 왔음 못 했을 달리기

by EASYSAILING

조금전 센강루트로 달리기를 하고 왔다.

센강에 초대형 péniche(바지선)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배 위에서 결혼식을 하는지 쿵짝거리는 아랍 노래가 들려오기도 한다.

7월말. 에펠탑에서 한 칸 떨어진 덕에 대체로 한산하던 비르아킴 다리마저 이제는 미어 터지는 관광객 때문에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5-6미터는 될 인도를 통째로 차지하고 횡으로 대열해 에펠탑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20명 가량의 닝겐들도 목격했다. 그야말로 카오스.

집 바꾸는 사람의 일정 때문에 급하게 7월에 파리에 오게 되었지만, 아마 8월에 왔으면 이 센강 루트로 달리기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내가 본 것과 전혀 다른 파리의 모습만 보고 돌아갔겠지. 아마 관광객 인파가 무서워서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은 (그나마도) 다닐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에펠탑 야경을 구경하는 낭만도 모르고 살다 갔을 수도 있다.


이제 한달 동안 수고한 내 단벌 타이즈, 단벌 런닝티와 단벌 스포츠 브라를 마지막으로 빨아서 널고 내일은 짐을 싸 봐야겠다. 첫날 큰 고생을 시킨 가파른 나무 계단을 다시 내려가야 할 그 날을 위해 그간 짐을 줄이느라 꽤 노력을 했는데 얼마나 줄었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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