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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 Jun 04. 2022

2지망 청춘

이루지 못한다기에 꿈이라만은,,

그는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용사가 되었다.


제이슨이라는 명찰을 달고 일하는 그가 졸업한 학교는 서울대 미대보다 유명한 곳이었다.   

지겨운 입시를 마치고 신입생으로서 그 학교를 들어설 적에는 자신이 인류사의 온갖 기라성 같은 예술인들과 어깨라도 나란히 한 듯 느꼈다고 한다. 그때는 자신이 미용사가 될 줄 몰랐을 것이다.


 2, 3, 4학년으로 거듭나는 것이 마치 악당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대고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왼손에는 아직도 꽤나 뚜렷한 상처가 있었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끝내 인정하기 싫어서 조각할 때 쓰는 망치로 손을 내리찍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재능 없는 미대생이 아닌 차라리 불의의 사고를 당한 청년으로서 한때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학교를 도망치듯 나왔다.


“근데 왜 하필 바버샵에 들어온 거야?” 


“이발은, 쓸모없는 것을 잘라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조각과 닮았잖아요.” 


“오, 누가 한 말이냐.”


“기억 안 나요, 어디서 읽었어요.”


괜한 상처만 얻었을 뿐, 사실은 멀쩡한 손으로 지금은 썩 많은 단골은 가진 n년차 베테랑 미용사가 된 지금도 그는 못 이룬 첫사랑을 추억하듯 진짜 예술에 심취하고 몸을 던졌던 그 시절을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회상하고는 했다.


나는 그의 잔에 술을 따라 주며, 딴에는 위로라고, 너무 청승 떨지 말라고 했다.  

"들어봐라, 내 중학교 동창 누구는 별을 너무 좋아했다. 천문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국영수 공부를 못했더랬다. 비평준화 고교 입시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못가 지금은 그냥 직장 다니며 산다. 지금도 돈 모이면 무슨 망원경인지 카메라인지 사서 별 보러 다니더라. 다 그런 거다. "

이런 소리를 하면서.


위로를 한답시고 여러 이야기를 풀고 또 같이 생각하다 보니 나는 습관처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최고의 결과를 얻어낸 적도 있었을 거다. 없었더라도 앞으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차선의 선택지에 손을 뻗어야 했던 기억이 더 많다. 몇 번은, 차선도 못하고 차악을 선택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청승은 내가 떨고, 제이슨이 위로해준다.


"형, 남들 부러워하는 성공을 한 거인 같은 사람들도 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그 자리까지 간 거예요. 산전수전을 다 겪어야 야전군 사령관이 되는 거라구요."


괜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네. 너도 미대 때 하던 것만 진짜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말어. 그냥 각자 자기 예술하는 거지."


잔 너머로 품앗이 같은 위로가 오가는 동안, 가게 통유리 너머로 또 많은 2지망 청춘들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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