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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c Oct 14. 2024

아들의 반장선거, 어머니의 말씀






초3 둘째가 반장 선거에 나갑니다. 삼행시를 만들어서 반장 선거 발표를 준비하더군요. 조그마한 아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하니 어머니가 가족 단톡방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 주셨습니다.


'손주들의 반장선거에 즈음하여, 생각나는 게 있다. 내가 5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반장선거하는 날이었다.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못하고 머리도 잘 빗지 않는 말썽쟁이 남학생이 반장에 압도적인 표차로 선출된 거야. 이해가 안 가더라고. 그 답은 일 년 뒤에 알게 됐지. 


다음 해 3월 2일, 그 아이들은 6학년이 되고 나는 4학년을 맡았다. 짐을 잔뜩 들고 새 교실로 걸어가던 중, 우연히 그 아이가 나타나 "선생님, 제가 들어 드릴게요" 하면서 새 교실까지 다 옮겨주더구나. 그리고 "더 할 일은 없어요?", 하면서 활짝 웃는 아이가 갑자기 달라 보이더라. 다음 날 또 만났는데 더 도울 일 없느냐는 듯이. 


일 년 만에야 나는 그 아이가 반장이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단다.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고마웠고, 친구들도 이런 마음을 느꼈던 거로구나...'


어머니는 아직도 수십 년 전의 그 일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그 아이의 친절과 선의가 반장으로 이어진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십니다. 친절한 마음, 진실한 마음은 언제 어디서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인사를 잘하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습관을 물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몇 년, 이제는 제가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동네 어른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착한 아이, 똘똘한 아이, 대견한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도 바른 자세를 가진 배려가 있는 아이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친절한 아이, 배려가 있는 아이가 되기를 원합니다. 저도 더 친절하고 배려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친절과 배려라는 것은 언뜻 남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내가 타인과 세상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다면 타인과 세상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줄 것입니다. 타인에게 친절하고 배려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결국 내가 나의 운을 모으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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