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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c Oct 11. 2024

명절 한 어르신의 말씀 때문에

명절 아침에 일가친척이 모여 제사를 지냈습니다. 제사가 끝난 뒤 대학생 조카들이 밖에 나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수십 잔 사 왔습니다. 자기들만 마실 수도 있었지만, 어른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친척 어른 중 한 분이 "그 비싸기만 한 커피를 왜 먹는지 모르겠어, 다들 겉멋만 들어가지고는, 다들 사치스럽기는, 쯧쯧"이라고 하셨습니다. 커피를 환불해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고는 본인의 시대에 살아왔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렵게 살았던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살아왔던 시대에는 커피는커녕 끼니도 때우기 힘들 때도 많았을 테고, 그분의 삶에서 보았을 때 커피를 마시는 것, 테이크아웃 커피를 수십 잔 사 오는 것이 허영이고 사치라고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에는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요즘 세대의 기준에서 보면, 회사에서 아침, 점심으로 커피를 사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기분도 전환하는 효용이 충분히 몇 천 원, 몇 만 원을 지불할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기도 합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밥을 굶는 세대도 아니기도 합니다.


아무튼, 할아버지의 한 마디에 집안 분위기는 싸해졌습니다. 그 좋은 명절에, 그 귀한 시간에, 평소에 보기 힘든 일가친척들이 모여서 어색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각자 언제 집에 돌아갈까 생각만 했을 것입니다. 다음 명절에 친척들은 또 다시 할아버지 댁을 찾을 수 있을까요? 들른다고 한들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을까요?


이런 일은 명절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이나 친구 사이에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부모님은 자식에게 자신이 살아온 길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지만, 아들은 공부에 취미가 없어서 장사를 하려고 합니다. 둘은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서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잃었고, 아들은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가정의 평화도 인간관계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도 결국 나를 조금씩 멀리하거나 심지어 떠날 수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을 밀어내는 행위입니다. 자신에게 올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밀어내는 행위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은 자신에게만 맞을 수 있고, 타인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운을 모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다름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남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이는 타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좋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운을 모으는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웬만한 일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바로 보는 것, 그것이 현명한 사람의 마음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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