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0년 전 모시던 상무님이 철칙처럼 지키던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승진을 하거나 잘나가는 사람보다, 진급에 누락되거나 회사를 나가게 된 사람들, 즉 좋은 일이 있는 사람들보다 힘든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에게 커피 한 번, 밥 한 번 대접하면서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셨습니다.
회사는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희망퇴직을 진행합니다. 이때 반강제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40대, 50대 차장, 부장님들에게도 자주 커피 타임을 청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무님은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했습니다. "사람이 정말 힘들 때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상무님은 항상 이야기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반대로 합니다. 잘나가는 사람들에게만 다가가고 힘들어진 사람은 외면합니다. 그게 본능적인 행동이고, 이런 선택이 자기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인연은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 모릅니다. 또한, 잘나가는 사람에게 내민 손보다 힘든 사람 혹은 힘들어진 사람에게 내민 손이 수십 배의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상무님은 결혼식에는 잘 가지 않으셨습니다. 돈만 보냈습니다. (꽤 많은 돈을 보내시기도 했습니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장례식은 꼭 갑니다. 꼭 가시고 오랜 시간 앉아 있습니다. 상무님의 오랜 버릇이었습니다. 장례식을 갈 때도 항상 시간을 선택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가시거나, 가장 나중에 가셨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의 처음을 함께 하는 것, 혹은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상무님은 승진하셔서 본부장님이 되셨습니다. 취임사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좋은 분들이 옆에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운을 스스로 만드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운은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분은 이미 사람부자입니다. 직장 내에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대학 시절 조던은 3학년까지 다니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프로 농구 팀인 시카고 불스에 입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 공항에 도착한 마이클 조던은 경기장까지 갈 수 있는 차비가 없었습니다. 조던은 지나가던 택시를 세우며 사정을 이야기하였지만 그 누구도 조던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택시 한 대가 조던을 향해 다가왔습니다. 멀리서 조던의 절박한 상황을 보고 있던 어느 택시 운전사가 선뜻 경기장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조던은 택시에서 내리며 유명한 선수가 되면 꼭 은혜를 갚겠다고 인사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운전사는 말했습니다. "시카고를 위해 좋은 경기를 보여 주세요. 제가 당신의 첫 번째 팬이 되겠습니다." 조던은 그 친절한 운전사에게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후, 조던이 시카고는 물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농구 스타가 되었을 때, 그는 그 택시 기사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어렵게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마이클 조던은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시카고 경제를 움직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를 움직인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시카고의 한 택시 운전사였습니다."
누군가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리기도 하고, 결국 다시 돌아와 자신을 살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입니다. 좋은 마음은 좋은 사람을, 나쁜 마음은 나쁜 사람을 끌어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