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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Feb 27. 2022

스타트업에 돈이 아니라 사람을 보낸다?

스타트업, 육성, 성장, 사람, 멘토링, 컨설팅


나와 문제인식과 해결방식이 완전 동일했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그 사업모델이 돌아간다고 하니 기분이 오묘하다. 


스타트업 육성과 사업 성장은 단순히 돈에만 있지 않다. 투자유치를 통해 들어오는 돈은 창업가가 사업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사업이 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엑셀러레이팅 역할을 한다. 괜찮은 사업아이템과 투지 넘치는 창업가라면 투자 유치 없이도 사업을 만들어내고 성장시킨다. 다만 그 성장 속도가 늦어질 수 있을 뿐이며 늦다보니 위기에 노출될 확율과 시기가 늘어날 수 있다. 사업과 창업가가 사업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과 창업가와 창업멤버들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물고기를 잡아주거나 알아서 혼자 잡으라고 판만 깔아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질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물고기를 잡을 때 낚시대 밑으로 그물을 대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육성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서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사업아이템이 평범하더라도 창업가와 창업멤버가 괜찮으면 유능한 사람들을 붙여서 사업을 성공하도록 만들어낼 수도 있다. 소위 컴퍼니 빌딩을 한다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사람을 제공해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돕고 거기서 수익을 얻기 위한 사업모델을 그동안 여러번 시도했었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오픈전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하면서 스타트업 사업에 필요한 전분야를 커버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상주하거나 주기적 방문으로 스타트업을 돕는 체계를 갖췄었고,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사업아이템이 속한 산업과 시장, 사업 성장 단계별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정돈하여 필수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 및 멘토링 체계를 설계하고 네트워킹과 투자 연계까지 이어지도록 한 적도 있다. 더 나아가 여기에 더하여 IT개발, HR, 재무 등 사업 전개를 위한 필수 공통 기능을 백오피스로 만들어서 사업아이템이 시장에 런칭하고 자리 잡을 때까지 제공하고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기획해서 생각과 뜻을 함께 해준 4곳의 기업이나 기관과 준비하고 런칭 직전까지 간 적도 여러번이다. 백오피스까지의 모델은 함께 준비하고 있었던 곳들의 예측 못했던 상황과 사정으로 지난 몇년간 매번 아쉽게도 결국 현실화시키지는 못했다. 


이와는 별개로 그 모델을 직접 실행해서 하고 있는게 알렉스넷과 개인활동이다. 물론 현상황에서 가능한 선까지만 지켜서 수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서 매우 더디기도 하고 예상 못했던 상상초월한 각종 문제에 부딪혀오기도 했지만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쌓여진 경험과 노하우가 다른 사업과 일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도 미쳐왔고 내 현재 역량과 위치를 잡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놓치 않고 있고 스타트업 관련된 일을 떠나지 않는한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 사이에 같은 생각을 하고 모델을 사업화로 먼저 시도했던 곳들과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벤처붐부터 스타트업붐까지 이미 20여년인데 당연히 이런 생각을 안해본 사람도 시도한 사람도 없을리 없다.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자 다시 서로 응원하며 힘을 주거나 협업하기도 하고, 앞으로를 기약하면서 당장은 다른 일을 함께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자금투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내는 스타트업 육성모델이 언젠가는 자리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최소 3~4년 당분간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 기간동안 어느정도 성장한 스타트업 대상으로 그들이 당장 필요한 전문인력 공급과 같이 변형된 모델들은 가능해보이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이유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가와 이해관계자들의 독특한 사고방식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상황과 분위기라 말할 수 있다.


일단 창업가나 투자자 머릿속에 돈만 있으면 잘될 거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창업가나 창업멤버의 자기 사업아이템 성공에 대한 확신은 어마어마한 반면에 현실적인 사고와 접근이 모자라고 자기 역량에 대해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사업을 해나가면서 점차 깨닫게 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그것을 깨닫게 될 정도면 이미 게임이 끝난 경우가 많다. 거기에 투자자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판이 세팅되어 있다보니 돈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경향도 있다. 이 부분은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라 기업가치에 대한 스타트업 거품론을 가져오기도 했다.


창업가와 투자사도 그렇고 하물며 주류 스타트업 육성 관계자들까지도 스타트업 사업 성공은 돈이 먼저이고 그만큼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이미 성공한(?) 혹은 투자를 많이 받은 창업가의 노하우와 성공방정식 정도다. 그러다보니 교육이나 멘토링은 최소화하거나 격식 맞추는 수준으로 가고, 지원금이나 투자유치 지원, 성공한(?) 창업선배들과의 네트워킹에 집중한다. 작년 하반기 정도 되서야 Corporate Venturing 중 하나인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성공한(?) 창업가의 노하우와 성공방정식은 창업가들에게 의지를 불러일으켜주고 사업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거나 영감을 주기도 하겠지만, 꾸준히 의견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사업 성공 방정식이라는 것이 일정하고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창업가던 투자사던 꾸준히 의견을 주거나 일을 돕는 사람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는 순간은 이미 손 쓸 수 없이 늦었거나 덩치가 너무 켜져서 대기업처럼 전문 컨설팅을 써야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전까지는 그들이 사람이 필요하고 귀하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당장 실무적인 일을 할 즉, 손발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분위기인데, 누군가의 경험이나 노하우가 담긴 말은 공짜거나 매우 싸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가치를 무시하거나 필요해도 돈 주고 쓸 생각이 별로 없다. 당연히 지분을 주면서까지 할 생각은 더더욱 안한다. 대기업이나 소수의 중견기업 정도만이 가치를 인정하고 제 값 주고 쓴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사람을 보내는 모델이 쉽지 않다.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해서 판단하고 그 만큼 지분이나 비용을 지불해서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가치 자체를 높게 평가 안하니 그런 모델을 돌리기 쉽지 않다. 정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아예 채용을 해버리는 일이 잦다. 사업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인력이 다른데, 아예 채용을 해서 인력 운영상 비효율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혹은 투자사에서 투자 조건으로 투자사가 원하는 스펙을 가진 인력을 뽑게 하기도 한다. 당연히 모든 돈은 스타트업이 낸다.


이런 저런 이유들을 몇몇 짚어봤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거다. 스타트업 투자와 회수가 오랜시간이 걸리는데 꾸준한 현금흐름으로 안정화되어 있지도 않고 거기에 나랏돈이 주축을 이루다 보니 당장 돈이 안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육성 방식은 투자사나 육성 관련 스타트업 이해관계자들까지 다들 피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여러곳과 여러번 시도해봤으나 내가 직접 하는 것들 말고는 결국 런칭까지는 못한 이유도 이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꿈꾸는 스타트업 육성 방식은 계속 시도하고 시도해볼 것이다. 그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그 준비를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고 언젠가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20022018357753481&fbclid=IwAR0tewyN5xgIwynhWPFhGMhMIyewGUpHUQnrc-upJ2QlIfJzHBDS0ZnR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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