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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l 08. 2024

업종이냐 직무냐 그것이 고민이라면

다른 직무라도, 원하는 업종을 선택하여 몸을 담자. 기회는 온다.

최근 회사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취재할 회사를 섭외하며, 직접 출연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회사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조직 문화와 커리어적인 이야기들을 

기업을 성장하게하는 소속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당장의 이직은 관심 없는 나였지만,

요즘의 고민들을 가득 담아 '정말 이직하려는 사람의 마음으로' 

콘텐츠를 준비하고, 업계와 회사를 공부하며, 취재에 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로 궁금해졌다.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일하고 있을까?

본인의 커리어는 계획하에 이뤄진걸까, 아니면 그때 그때 정해진걸까?


그렇게 촬영을 하다가, 이런 깊은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졸지에 회사 유튜버가 되어버린 에피소드와 고민, 현실의 이야기들을
하나둘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첫 편부터 보시면 공감이 되실 거예요.

https://brunch.co.kr/@alexkidd/125

적당히 지금의 커리어로 남은 생을 준비하자는 생각이 들 때쯤,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나타났다. 남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나는 기회를 잡았다. 마지막 기회니까. 누구도 할수없는.
두번째 기업을 취재하고 촬영을 진행하던 중,
흥미로운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과의 인터뷰 중에 한가지 물었다.


이 분의 커리어는 이렇다.


사회 초년생 시절, A라는 직무를 몇 년째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직무에 필수요소인 리소스를 제공하는 B 직무에 대해

어느날 궁금증이 생긴거다.(약간의 불만과 함께)


왜 리소스의 퀄리티가 떨어질까? 더 잘할 수는 없나?

그는 그때부터 B 직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고,

마침내 커리어를 변경하여 B 직무를 시작하여,

젊은 나이에 해당 업계에서 저명한 선두 기업의 필수 직무인

B 직무의 팀장을 맡게 되었다. 마침내.


쇼맨십, 달변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

잘생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젊은 사내

어느 자리에 있어도 묵묵히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것 같은 사람

그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 사람을 모이게 할 것 같은 인물


그런 그와 직무에 대해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궁금증이 떠올라 그에게 물어봤다. 사전 질문지에는 없던 질문을.


팀장님. 만약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TO가 안나서 배우거나 해볼 기회가 없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전에 논의된 질문이 아닌데,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빠른 애드립으로 답변을 줄 사람도 아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당황하지 않고 자신만의 대답을 주리라고.


분명 그는 이 질문에 대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리라.

어려움 없이, 당황하지 않고 내가 생각못한 답을 주리라.


취재는 어렵다. 웃기려고 하면 합이 안맞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기엔 시간이 짧다. 내가 지식이 너무 많아도 밸런스가 안맞고, 반대로 너무 적으면 대화가 안 이어진다. 


어찌보면 뻔한 질문이고,

막상 당사자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한데

젊지만 경력이 주는 단단함이 보이는,

내공 가득한 그의 입에서 담백하지만 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를 얻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당장 그 포지션에 자리가 없다면,
그 업종(회사)에서 다른 일을 우선 시작하면 되요.
그렇게 몇달이고 몇년이고 그 일을 보면서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옵니다.

와.

무릎을 탁쳤다.

우문현답 그 자체.


제법 달변가라 불리는 내 언변으로도 

감히 소화하거나 끌어내기 어려웠던(혹은 설명이 매우 길었을) 대답인데,

젊은 그는 너무나 담담하게 느린 템포로 대답하는 것이다.


지금 커리어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오늘은 길지 않은 이 짧은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 지을까 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이전 직장에서,

경영지원 직군(문과) 인사팀 업무를 하다가

공대생들의 전유물인 프로젝트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않았던가?


그 커리어를 살리고 못살리고는(기회냐 위기냐),

기회를 잡은 뒤부터 순전히 나의 역량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거기서 실패를 한다고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업종의 그 일"을 해본 것이 된다.

열심히 갈고 닦아 내 커리어 전환에 성공하는 귀중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고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피봇팅을 하는 것도

모두 '경험해본 자만이 내릴 수 있는', '자신을 설득함에 부족함 없는'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서른이라면, 어느새 마흔이 된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길. 앞으로 10년, 여러분에게 기회가 몇번이나 주어질까? 그렇다면 그 10년 뒤 10년은? 지금 당신의 선택은?


지금 당신은, 어디서 일하고 싶은가?
경영학과를 나와 회계, 마케팅, 조직관리를 하고 싶은가?
그냥 막연히 대기업이면 되는걸까? 연봉 많이 주는 곳이면?


한번만 더 생각하자.

딱 한번만 더 생각하고, 이번 한 학기만 당신이 하고 싶은 업종의 회사를 쓰자.

내가 이 연재를 발행하면서 늘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가.


"첫 단추가 정말 중요"하다 이것 아닌가.

대학생 때 성급하게 내린 '좋은 회사' 뒤에 기다리는 건 '나와 맞지 않는 직무'라는

환한 안개꽃 너머의 검은 가시들이다.


그 가시들을 쳐낼 지, 

상처가 나더라도 굳게 감싸 굳은 살을 딛고 내 것으로 만들지는 

'잘 모르던 시절의 우리가 선택한' 결정에서 시작된다.


미디어 이야기만해도 잠이 오고, 아무리봐도 드라마나 영화는 재미없다고?

반면에 고전부터 현대까지 소설과 에세이, 문학 이야기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신나고,

작가들과의 인터뷰 기회는 언제든 달려가고 싶다고?


당장 책을 내고 작가가 될 수 없다면, 우선 출판사에 취직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다못해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출판/인쇄 파트에 취직을 해도 좋다.

내가 그 회사의 인사팀이 되든, 재무팀이 되든 일단 발을 담그자.


어깨 너머로 쌓이는 지식과 업종의 트렌드와 히스토리를,

차곡 차곡 쌓아두자. 보관해두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업계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가져가면서,

내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직무의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


5년 정도 일하다 보면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다.

'아무래도 저 일을 내가 해야겠어'라는 생각.

그때는 주저할 것 없이 회사 내에서 직무 변경의 기회를 찾자.

최소한 '겸직'이라도 하면 나중에 이직을 하든 사내 잡 포스팅을 통해 넘어가든,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나중에 누군가가,

현명하지 않은 질문을 던졌을 때, 당신은 대답할 수 있다.


그냥. 제가 원하는 업계에 몸을 담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 시간이 흐르면서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흐르는 강물은 그냥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바다'로 향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우리, 조금만 더 목적을 가지고 삶을, 그리고 일의 흐름을 가져가자. Keep young


행운을 빈다.

일하면서도 여러분의 꿈을 좇을 수 있는.


요즘의 나는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두 무릎에 힘을 주며 일어나는 '성취감'을 느낀다.


낯이 부끄러워도 끝까지 내 영상 가편을 보면서 모니터하고,

똑같은 말을 메일과 전화 통화로 몇번이나 이야기하고, 기대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내가 쉬는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도 없이 

계속 메일을 읽고, 레퍼런스를 스터디하고, 질문을 고민하고-


그럼에도 즐겁냐고?

즐겁다. 나이 40, 사회 나이 15년이 되어서야 

내가 하고싶던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이야기하는' 삶에 다가섰으니까.


대기업 인사팀에서 시작하여, 프로젝트 엔지어링을 겪었고,

중소기업을 돕고 싶어 공공기관으로 왔다가 평소에 좋아하는

브랜드들과 협업할 기회를 얻고, 디자인/브랜딩 에이전시와 함께 고민하고,

마침내 홍보팀에 도달한지 3년만에 이런 '부담된 왕좌'에 앉게 되었다.


15년간 돌아왔어도,

나는 이제야 '신입'의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

발을 잘 담그자. 그리고 '내가 원하는 끈'을 늘 기억하자.


기회는 온다.

당신이 준비가 되지 않더라도.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끝없이 준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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